21일 감사원 '한국산업은행 기관운영감사' 보고서 공개
유흥업소서 법인카드 결제 후 업무상 사용했다고 허위 기재
퇴직자가 설립한 경비용역업체 부적절한 입찰 도운 직원도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국책은행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 감사결과 현직 산업은행 지점장이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업무상 사용했다고 꾸며낸 사실이 밝혀졌고 산업은행 퇴직자가 설립한 경비용역 업체에게 부적절한 입찰을 돕고 업체 관계자와 같이 골프를 친 직원도 있었다.

지난 21일 감사원이 공개한 '한국산업은행 기관운영감사'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산은 모지점 지점장으로 근무중인 A씨는 지난 2015년부터 3년 반 동안 법인카드를 부당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A씨는 유흥종사자가 있는 유흥주점에서 80여 차례에 걸쳐 법인카드로 1500만원을 결제하고 업무상 사용한 것처럼 꾸며 경비처리 담당자에게 제출했다.

A씨가 허위로 기재한 법인카드 사용내역에는 '미국 대선결과 관련 국제금융시장 동향 파악', '글로벌본드 발행 관련 시장동향 조사', '국제금융시장 동향 파악', '아시아 은행산업 전망회의' 등이 업무상 회의나 간담회가 기재돼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A씨는 지난 2018년 6월 유흥업소를 혼자 방문해 18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경비처리 담당자에게 집행내용을 '아시아 은행산업 전망회의'로 허위 기재해 제출했다.

A씨는 "감사결과를 인정한다"면서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점을 고려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또 법인카드 부당 사용액을 즉각 변제할 뜻을 밝혔는데 A씨는 감사 직후인 지난 1월 법인카드 부당 사용액 1500만원을 산은 측에 전액 변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퇴직자가 세운 경비용역 업체에 부적절한 입찰을 도운 사실도 확인됐다. 산업은행은 2014년 5월과 2015년 5월에 산업은행 퇴직자가 대표이사로 있는 C업체가 포함된 공동수급체와 '영업점 경비용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14년 당시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는 업체 모두에게 동일하게 3년 이상의 경비용역 수행실적을 요구하는 게 산업은행의 규정이었기 때문에 경비용역 수행실적이 없던 C사는 당시 규정으로는 입찰에 참여할수 없었다.

이에 2014년 5월 부문장이었던 D씨는 당시 부장이었던 B씨에게 "C업체가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보라"고 지시했고 지시를 받은 B씨는 입찰참가자격을 변경해 C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B씨는 법령상 근거 없이 공동수급체에 소기업 또는 소상공인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고 공동수급체 구성원 중 1개 업체만 경비용역 수행실적을 충족하면 되는 것으로 입찰참가자격을 변경해 입찰공고를 냈다. 2015년에도 동일하게 계약을 추진했다.

또 B씨는 2015년 계약체결 전후 3회에 걸쳐 해당 공동수급체 다른 업체인 E업체의 대표와 같이 골프를 쳤다. 이를 두고 감사원은 B씨가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관련자와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봤다.  

이에 감사원은 산업은행 회장에 퇴직자가 설립한 업체가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입찰참가자격을 변경하고 업무상 이해관계자와 골프를 친 B씨를 경징계 이상의 문책을 요구했고 유흥업소에 가서 법인카드를 사적용도로 사용한 A씨에 대해서는 정직을 요구했다. 산은 측은 현재 이들의 징계에 대해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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