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아세트아미노펜 원료의약품 수거 검사
중국 원료업체 불순물 가능성 제기에 조사 중
실제 검출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예상

2015년 타이레놀 출시 60주년을 맞아 한국존슨앤드존슨이 지역사회의 보건 향상에 힘쓴 화일약국을 방문해 일반인들에게 올바른 약 복용 지도를 했던 사진. (사진=한국존슨앤드존슨)
2015년 타이레놀 출시 60주년을 맞아 한국존슨앤드존슨이 지역사회의 보건 향상에 힘쓴 화일약국을 방문해 일반인들에게 올바른 약 복용 지도를 했던 사진. (사진=한국존슨앤드존슨)

 

[FE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해열진통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의 원료의약품에 발암물질이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돼 국내에서 식약처도 조사에 나섰다. 최근 중국 제약기업이 제조한 원료에서 불순물 위험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내 사용 중인 원료의약품에 대해 선제적으로 수거 검사를 착수했다.

타이레놀로 잘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약물이어서 불순물 초과 검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제약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식약처는 실제 검출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코로나19 의심증세에 복용 권고 의약품으로 불순물이 나올 경우 피해가 상당할 전망이다.

이달 초 네덜란드 일간지 NRC는 중국의 원료의약품제조사인 안치우 루안의 3개 제조 단위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PCA라고도 불리는 ‘발암추정가능물질’ 4-클로로아닐린(4-chloroaniline)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초에 구축된 이 3개 단위에서 생산 가능한 의약품 수는 약 3600만 개에 달한다.

유럽의약품청(EMA)과 유럽식품안전청(EFSA)에 따르면 PCA는 유전물질을 손상시켜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 다만 NRC는 PCA의 위험성은 양 기관의 평가 기준에 따라 달라 EMA의 지침에 따르면 하루 6개 이하의 PCA에 오염된 알약을 복용할 경우 허용 가능한 일일 섭취량을 초과하지 않는 반면, EFSA의 기준에 따르면 EFSA의 허용 안전 수치보다 18배나 독성이 높다고 밝혔다.

NRC가 취재한 네덜란드와 벨기에 독성학자들은 이 EFSA의 기준에 따라 “안치우 루안사의 오염된 의약품 생산과정을 추적해 관련 제품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안치우 루안사뿐만 아니라 안치우 루안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다른 원료의약품 제조사의 제품들도 PCA 오염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NRC는 “네덜란드 의약품평가위원회(CGB)가 분석한 결과, PCA는 EMA가 정한 기준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면서도 “CGB는 다른 유럽 국가의 분석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이부프로펜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해열진통제 성분이다. 제조방법이 간단하고 특허가 만료된 지도 오래되어 국내에도 타이레놀, 게보린, 펜잘 등 다양한 국내외 제약사들의 관련 의약품들이 출시돼 있다.

알코올과 혼용하지 않고 적정량 사용 시 부작용도 거의 없다. 국내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으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돼 있고, 편의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약제들 중 하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이부프로펜’을 복용하면 코로나19에 잘 걸리고 중증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와 이부프로펜을 대체할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이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재기’가 늘어 일부 약국에서는 1명당 타이레놀을 2개씩만 판매하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까지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에게 ‘이부프로펜’ 대신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하라고 권고했다가 이틀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식약처 등록 현황에 따르면 현재 국내엔 총 100여 건의 아세트아미노펜 원료의약품이 등록돼 있는데, 이 중 20건이 안치우 루안이 생산한 아세트아미노펜을 수입해 국내에서 제조, 허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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