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 59주 연속 상승... 전세매물·거래량 급감
5대 은행 전세대출 규모는 역대 최대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부동산 시장이 곧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정부의 '장미빛 전망'이 무색하게 전셋값이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여기에 전세매물 마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전세 수요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0.14% 올랐다. 한주 전인 8월 첫째 주(0.17%)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0.10% 넘는 상승폭이 유지됐고 상승세는 59주 연속 지속되고 있다.

고가 전세가 많은 강남 4구가 서울 전셋값 상승을 이끌었다. 강동구(0.24%)가 강남 4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상승폭을 기록했고 송파구(0.22%), 강남구(0.21%), 서초구(0.20%)가 뒤를 이었다.

강남4구에 이어 고가 전세가 많은 마포구(0.19%)·용산구(0.15%), 성동구(0.17%)에서도 전셋값 상승이 이어졌고 중저가·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0.10%), 도봉구(0.06%), 강북구(0.16%)나 금천구(0.10%), 관악구(0.15%), 구로구(0.12%)의 상승도 계속됐다.

전세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매물은 점점 더 줄고 있다. 부동산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3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3만1874건으로 지난달 30일 3만9193건보다 18.67%가 줄었다. 서울의 전세 매물 감소는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나타났다. 중랑구(40.4%), 은평구(39.2%), 구로구(31.3%), 강북구(31.1%), 양천구(26.9%) 송파구(25.7%)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매물이 줄면서 거래자체도 감소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에서 성사된 아파트 전세 계약 건수는 지난 2월 1만3756건에서 매월 감소하다가 7월에는 7377건으로 46.37% 감소했다. 8월은 이날까지 1726건을 집계됐는데 이번 달의 남은 일수를 가정해서 추측해 보면 전세 거래의 급감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세 거래는 줄었는데 세입자의 전세대출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NH농협·우리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7월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94조556억원으로 전월말 대비 2조201억원(2.2%)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 7개월 새 13조6024억원(16.9%) 확대돼 이같은 추세라면 연내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7월은 이사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지난해 7월(1조5653억원)에 비해 약 4000억원 대출이 더 이뤄졌다.

최근 집값이 폭등하면서 덩달아 전셋값도 올랐고 여기에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 계약 기간이 4년으로 늘고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받자 집주인들이 미리 보증금을 올려 받으면서 세입자의 전세대출액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전세시장에 매물 품귀 현상과 가격 상승이라는 악순환이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라 당분간 공급 부족으로 인한 전세 가격 상승세가 이어져 전세대출 증가가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대거 전환하면서 세입자의 주거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봤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의원(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구병)의 전세 가격 전망에 대한 질의에 주택 매매가격은 다소 진정되겠지만 전세가격은 지금보다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물론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대차 3법' 같은 제도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할 수 있다"면서 "전세가 급격히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되면 세입자의 주거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세시장의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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