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금리 격차 탓에 재보험료 부담 … 책임준비금 부족할수록 공동재보험 다급해져
중국자본만 믿었다 뒤통수 … 대형생보사 입장에선 좋은 모델 될 수도

[편집자주] 보험사들이 바라왔던 공동재보험 시장이 금융위원회 제도 개편으로 마침내 열렸다. 국내외 재 보험사들이 이 시장의 가능성을 재단하고 있는 가운데 약체로 꼽히는 ABL생명이 가장 먼저 공동재보험 시장에 뛰어들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국내에도 공동재보험 제도가 새롭게 도입됐다. 대형생명보험사의 시큰둥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중국계 자본으로 분류되는 ABL생명이 먼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졸지에 공동재보험 시장에 대한 관심은 몰렸지만 과연 ABL생명이 대형생명보험사들이 안 뛰어든 이 시장에서 '개척자'로서 표준을 낼지 반신반의되고 있다.

◇ 외형성장·수익성 증대 차원 팔았던 고금리 저축보험 … 재보험 없인 감당 못할 지경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3분기부터 ABL생명이 미국계 재보험사인 RGA와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동재보험이란 원 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외 저축보험료 및 부가보험료 일부를 재보험사에 출재하고 보험위험, 금리위험 등 다른 위험도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재보험을 말한다. 이미 해외선 도입해 사용하는 제도지만 국내엔 도입 되지 않아 보험업계 단골 요청사항이었다.

이토록 생명보험사가 공동재보험을 원한 까닭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생명보험사는 외형을 키우고 수익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팔았던 영향이고 그 기조는 IFRS17이 도입 된다 밝힐 때까지 계속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에다 IFRS17처럼 계약자들에게 돌려줄 보험금을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면서 당장 높은 금리로 판 저축보험은 말 그대로 부채폭탄이 됐다. 이로서 공동재보험은 보험사가 원하던 제도가 됐으나 그럴수록 가격만 화두가 됐다.

이는 높은 위험률을 떠안을수록 재보험료는 높아지기 때문인데 대형생명보험사들이 공동재보험 출범을 그렇게 외쳤지만 막상 출범 이후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도 정책 도입이 늦어지면서 기준금리 간격이 커지자 재보험료가 비싸 무용지물이 된 영향이다.

이 와중 금융당국은 IFRS17 도입 시 생명보험사에 닥칠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부채적정성평가 일명 LAT를 준비했다. 그래서 각 보험사는 보험부채 시가평가액을 추정해 그보다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지난 2019년 말 기준 책임준비금 부족액 1위는 삼성생명으로 20조 3548억원에 달했고 그 다음이 교보생명 8조 6183억원, 3위는 한화생명이 6조 8594억원 순인데 4위가 공교롭게 대형 생보사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은 ABL생명으로 1조 4247억원이나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공동재보험 제도를 도입하기 전부터 ABL생명이 RGA와 공동재보험을 통한 금리위험 전가 테스트 딜을 진행하는 등 조급하게 군 맥락과 맞닿아 있다. 현재 기술적 문제에 대한 조율을 끝내고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조만간 끝날 예정이다.

◇ 안방보험만 믿고 무리하게 저축보험 팔아 … 회장 구속 후 상시 매각설까지

물론 ABL생명이 처음부터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된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6년 2533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뒤로 독일 알리안츠가 중국 안방보험에 한국법인을 팔면서 중국의 막대한 자본 영향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017년 중국 안방보험에 팔리며 확충 된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자산운용을 진행하고 공격적인 저축보험을 팔면서 급격하게 외형 불리기 작업에 들어가 그 해 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겨우 흑자전환 됐다.

당시 ABL생명의 움직임에 보험업계는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이미 IFRS17 도입이 가시화 된 상황에서 저축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뒷일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는 것이 주요했다.

그럼에도 중국계 거대한 자본의 힘이 막강하다는 논리가 작용하면서 말 그대로 브레이크 없는 판매가 이어졌다. 다음 해인 2018년 2월 안방보험 우샤오후이 회장이 경제 사범으로 처벌받기 전까진 말이다.

당장 ABL생명의 운명은 바람 앞에 등불이 돼 버렸다. 비록 작년 7월 중국 은행보험관리위원회에서 안방그룹 주요 우량자산을 분할해 설립한 다자보험그룹으로 ABL생명이 재편됐지만 매각설이 끊임없이 돌게 됐다.

이 상황에서 다시 2년 만인 지난 2019년 적자로 전환 되며 암울한 상황까지 직면하게 됐다. 올 초 시작 된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생명보험사들이 위험손해율이 크게 내려가 실적 개선이 진행되는 등 영향이 적지 않다.

ABL생명도 마찬가지로 위험손해율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지난 1분기 만해도 92.02%로 100%대에 근접하며 여전히 높아 아무리 위험손해율이 감소했어도 큰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해결방법은 두 가지다. 다시 한 번 중국 자본에 기대를 걸거나 고금리 확정형 저축상품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이었고 ABL생명은 후자를 택했다. 책임준비금 부족액이 1조원 대를 넘는 곳이 불과 4곳인 상황에서 대형생보사 입장에선 ABL생명의 도전이 재보험료 협상에 주요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선 ABL생명을 매각하기 위해서 알맞은 조건이 되려면 부채를 청산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인지 바라보고 있다. 안방보험이 인수를 하기 전 ABL생명은 부채덩어리 였기에 인수가 되어도 이후에도 어찌 성장할지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 사실인 탓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동재보험을 시작하면 공공연하게 대형 생명보험사가 대상이 돼 진행할 줄 알았지만 ABL생명이 먼저 나선 것을 보니 많이 급했을 것이라고 본다”며 “공동재보험 시장 첫 발을 뗀 보험사인 만큼 앞으로도 업계 표준으로 굳혀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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