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조홍제 회장, 부친 조석래 명예 회장 ... "기술력이 나라를 살린다" 신념으로 경영
독일 출장 후 국내 최초 민간 연구소인 '효성기술연구소' 설립... 오늘의 효성 토대 만들어
'스판덱스'는 조 명예회장의 기술과 뚝심 경영의 결과물...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조현준 회장은 탄소섬유 핵심소재 기술력에 총력 ... "포스트코로나 시대 국난극복에 힘을 보탤 것"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룹들은 창업주의 경영관 등을 상징하는 나름대로의 '가풍'이 있다. 그중 효성그룹은 여타 그룹들과는 남다르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조홍제 창업주부터 조석래 명예회장 - 현 조현준 회장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국가에 대한 기업과 기업인 정신' 대한 독특하고 유별난 가풍이 그것이다. 어쩌면 21세기, 4차산업 시대에 생소할 수도 있는 단어다. '기술입국' '산업보국' DNA다. 

효성그룹은 지난 2004년 창업주인 만우 조홍제 회장 20주기를 맞아 일화집 '여보게,  조금 늦으면 어떤가'를 내놨다. 그의 호인 '만우'는 늦되고 어리석다는 뜻이다.  그는 56세라는 늦은 나이에 자기 사업을 시작했지만 후대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기업가정신'을 남겼다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일화집에 따르면 조홍제 회장은 1960년대 초 당시 대기업에 생소했던 '기획부'를 신설했다. 이른바 '미래전략실' '전략기획부'의 시초 같은 셈이다.  기획부는 신규 업종 발굴을 맡았고 '동양나이론 신화'를 만들어내는 1등 공신이 됐다. 당시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 현대적인 기법이나 이론이 제대로 정착되지도 않았고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하던 시대였기에 선구자적 행보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 만우는 '벤치마킹'이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1960년대 일본 기업들과의 격차를 인식하고 일본 나일론 개별 업체에 대한 정보와 경영 각 분야, 조직, 인사,  생산,  재무, 회계 등에 걸친 성공 및 실패 사례를 연구했다.  이를 통해 당시 '동양나이론'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3-4년 사이에 선발주자들을 추월하는 데 성공한다.

아들인 조석래 명예회장 역시 '산업보국'을 기업인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조 명예회장은 오늘날 '기술기업 효성'의 토대를 만들었다. 그는 '몸에 지닌 작은 기술이 천만금의 재산보다 낫다'고 믿었다.  기술력 없이는 절대 선진경제로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1960년대 후반 독일 출장길에서 돌아온 조 회장은 '미래에는 품질이 기업의 사활을 결정한다"며 1971년 화학섬유 기술을 연구하는 국내 최초의 민간 연구소인 '효성기술연구소'를 만들었다. 1978년에는 중공업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1968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타이어코드를 생산한 효성은 1978년 처음으로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독자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효성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스판덱스'는 조 명예회장의 기술에 대한 집념과 뚝심 경영의 결과물이다다. 2000년대 중반 중국 업체들 추격이 거세지면서 스판덱스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내부 반대에도 부딪혔다. 그러나 조 명예회장은 반대로 '투자 확대' 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2010년 효성은 마침내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했고 지금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다. 효성의 타이어코드 역시 세계 시장점유율 45%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1위 제품이다. 전 세계를 누비는 자동차 타이어 2개 중 1개에는 효성의 타이어코드가 달려 있다.

창업주 조부와 부친 조 명예회장의 '기술보국 기업인' DNA를 물려받은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금 탄소섬유 핵심소재 기술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 회장은 "탄소기술은 한국에서 효성이 유일하다. 효성은 산업입국 창업정신 지켜온 기업"이라며 "포스트코로나 시대 국난극복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효성은 탄소섬유 등 핵심소재에 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부의 수소경제 육성 정책에 발맞춰 지난해 탄소섬유에 1조원 규모의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올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의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는 전북 전주의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공장을 방문했다.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공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곳이다. 일본과의 무역마찰로 탄소섬유가 전략물자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효성은 부품·소재에 대한 원천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주목 받아왔다.  이날 발표를 맡았던 조현상 효성 총괄사장은 "현재 세계에서 탄소 독자기술이 있는 곳은 4곳으로 이 중 일본이 3곳이며 한국은 효성 1곳 뿐"이라며 "경영진의 70%가 엔지니어, 민간기업 최초 기술연구소 설립 등 기술을 중시하고 육성해 국가경제에 기여한다는 창업정신(산업입국)을 지켜온 기업"이라고 효성을 소개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전주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효성의 담대한 도전과 과감한 실행을 위해 적극 뒷받침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현준 회장은 평소 "효성의 모든 임직원들이 내가 가진 기술과 내가 만든 제품이 세계 최고라는 긍지를 가져야 한다"며 "선대부터 내려온 경영철학과 기술 경쟁력이 효성 임직원들을 통해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기술 경영을 강조해 왔다.

창업주 조부와 부친 조 명예회장의 '산업보국' 기업인 조현준 회장의 효성은 경영 투명성 확보와 소재강국 리더를 자처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07년부터 섬유사업을 맡아온 조 회장은 일찌감치 스판덱스(복원력 강한 섬유)사업 세계 1위를 위해 C(China)  프로젝트로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효성은 2010년 스판덱스 세계시장 점유율 23%로 1위에 올라선 이후 시장 지배력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 조 회장은 고부가가치 신소재 사업에 전력투구 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장과 고객의 목소리를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이 효성의 성공DNA라는 업계의 평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언제 끝날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약속어음은 '기술력'이다. 3대에 걸친 효성그룹의 '산업보국, 기술입국' 목표가 손자인 조현준 회장 시대에 알찬 열매를 맺고 활짝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하는 까닭이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