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동차 공장의 자동차 생산 모습 (사진=뉴시스)
한 자동차 공장의 자동차 생산 모습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를 소유하려는 경향은 높아졌지만, 실제 신차 구매 수요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장기 불황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지출 자체를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한국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신차 교체 시기를 미루겠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 회복속도도 둔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발표한 ‘팬데믹과 자동차 산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모빌리티에 관한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며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면서다.

딜로이트가 지난달 18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소비자 행동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75%는 자동차 소유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58%는 향후 3개월 동안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호주, 일본에서도 비슷한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소비자의 절반은 향후 3개월간 승차공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 답하며 코로나19가 공유 비즈니스 모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냈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소비자의 자동차 소유 선호도를 높였지만, 이러한 인식 변화가 실제 자동차 판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가계의 재정 여력이 악화해 신차 구매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장기 불황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세계의 많은 소비자는 재정 상황을 우려하고 있었다. 글로벌 소비자의 39%는 대량 구매를 미루고 있고, 현재 직장이 있는 사람의 40%는 고용 불안을 호소했다. 한국의 해당 수치는 더 높았는데, 무려 52%가 실직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세계 각국이 봉쇄조치를 완화하고 경제 활동 재개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이 수치는 4월 이후 일관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장단기 가계 재정 상태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재정 불안은 소비자의 신차 교체 주기를 늦추는 등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의 61%는 현재 타는 자동차를 계획보다 오래 이용할 예정이라 응답했고, 중국(59%), 일본(56%), 미국(51%) 등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이는 신차 판매를 시작하려는 완성차 업계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딜로이트는 이 같은 조사 결과 올해 글로벌 신차 판매는 지난 1월 전망치 대비 1850만대 감소한 7000만대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소비자가 신차를 구매할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동차를 선택하거나, 옵션이 적은 기본 트림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한, 자동차 할부 금융의 제공 여부도 소비자의 신차구매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차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고차를 택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딜로이트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자본을 잠식하는 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부실 자산 구조조정, 처분, 매각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대신 미래에 이익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는 스마트팩토리, 전동화 등에 대한 투자는 유지하며 비용 절감 기회를 찾으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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