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고령화·저금리·금융규제까지 … 韓 시장 메리트 못 느껴
희소성 떨어지기 전에 팔자 … 외국계 보험사 시장 가치 따라 매각 기대하기도

사진=금융경제신문
사진=금융경제신문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보험시장 포화 및 각종 금융 규제로 국내 보험업계 추가 성장이 어려워지자 외국계 보험사 중심으로 한국법인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 악사손보 매물로 나왔지만 시장 감흥 없어 … 국내외 둘러싼 악재에 매각 의지↑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악사손해보험이 매각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절차에 돌입했지만 시장 반응이 시큰둥하다고 전했다.

악사손해보험은 지난 2000년 코리아 다이렉트라는 사명으로 온라인 보험시장에 첫발을 내딛고 교보생명에 인수됐다가 다시 프랑스 보험금융그룹 악사에 1000억원에 매각 돼 외국계 손해보험사로 현재까지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악사보험그룹의 한국법인으로 모집인 없이 회사와 바로 거래하는 다이렉트 차보험이 주력상품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자동차 보험만 팔아서 수익이 나지 않자 지난 2017년부터 일반보험 및 장기보험으로 영역을 대폭 확대했다.

이를 위해 프랑스 본사에서 250억원을 투자 받기도 했지만 끝내 악화 된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2019년 당기순손실만 369억원 손해율은 94.8%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해야 했다.

시장에선 추정하는 악사손보 매각가는 지분 가치로만 1600억원에서 2000억원 사이다. 여기엔 금융당국이 더 이상 손해보험사 라이선스를 발급 안 하는 상황에서 붙은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문제는 국내 금융지주사나 사모펀드 반응이 지난 2월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푸르덴셜생명과 달리 뜨뜻미지근하다. 지난 2월 매각 된 더케이손해보험보다 가격이 비싼데다 시장 점유율도 1%에 불과해 장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악사그룹이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반드시 처분하겠다는 뜻은 분명하다. 이는 국내 보험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으로 더 이상 시장을 확대하는데 한계가 커졌다.

게다가 올해부터 본격 자연 인구감소가 진행되는데다 고령화로 인해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시장금리가 0%에 근접해 투자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가 됐다. 여기다 IFRS17을 준비한다고 당국에선 금융 규제까지 더하면서 한국 시장에 끝까지 버틸만한 메리트가 사라졌다.

◇ 비은행계열사 확충 금융그룹 대상 … 외국계 보험사도 매물 가치 따라 희비명확해

또 다른 이유는 국내 금융그룹 리딩뱅크 경쟁 속 비은행계열사를 확장하며 몸집을 불리면서 비싼 값으로 인수해가는 탓이다. 오렌지라이프(ING생명)와 푸르덴셜생명이 주인공인데 각각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으로부터 2조원이 넘는 금액에 매각됐다.

물론 이 일로 KB금융그룹 노조가 윤종규 회장이 연임을 위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KB금융그룹 계열사들의 고혈을 짜 무리하게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강행했다면서 반발하는 후폭풍을 겪어야만 했다.

다만 이 같은 경우는 일부 알짜 생명보험사에만 국한 된 이야기로 매물 가치가 없는 보험사는 시장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매각만 성사하면 30억을 성공 보수로 주겠다고 못 박았던 KDB생명은 몇 년째 유찰 되다 겨우 매각했고 중국 다자그룹에 남아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매년 매각후보지만 저축보험 등 악성상품 위주로 판매해 와 매각 가능성이 희박하다.

특히 금융사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거론되는 우리금융그룹은 비은행계열사를 확충해야하는 금융지주라고는 하지만 막상 시장에 나온 매각 물건을 닥치는 대로 사기엔 자산이 부족한 상황으로 함부로 자산을 움직이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결국 알짜 금융사들이 후보로 나와야 그제야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매각설이 파다하게 돌았던 라이나생명을 예시로 들 수도 있다.

미국 시에나보험그룹의 한국 법인인 라이나생명의 지난 해 수입보험료만 2조 5075억원을 거둬 생보사 순위 13위에 랭크되나 당기순이익은 3510억원으로 국내 2위 생명보험사인 한화생명보다도 돈을 더 많이 벌었다.

국내 최초 치아보험 판매하며 수익성이 높은 틈새상품을 발굴해 적극적 공략을 하고 저평가됐던 텔레마케터 중심 영업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등 국내 보험업계에 독보적 영역을 다졌다. 시장에선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나 오렌지라이프나 푸르덴셜생명보다 높은 값이 불러지고 있다.

미국 시에나그룹 측에선 알짜인 라이나생명을 매각할 마음이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라 더 언급은 없으나 시장에선 매물로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는 점이 반영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업계 성장 동력이 많이 상실 돼 신규 가입이라고 해봤자 재설계를 통한 상품 갈아타기가 유일해 성장한계가 큰 편”이라면서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비쌀 때 팔자라는 심리가 외국계 보험사 중심으로 퍼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