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1조원에 국내1위 폐기물처리업체 EMC 인수
GS건설. 호반건설 등도 폐기물 업체 인수에 관심

 

[FE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의 주된 무대였던 폐기물처리업 투자에 건설사들이 연이어 뛰어들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SK건설은 글로벌 사모투자펀드를 제치고 국내 1위 환경폐기물 처리 업체인 EMC홀딩스를 무려 1조원에 인수했다. ▲SK건설 ▲GS건설 ▲호반건설 등도 폐기물 업체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건설사들, 폐기물처리업체 잇따라 M&A 성공

26일 투자은행(IB)과 건설사들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영증(코로나19) 확산과 배달 산업 성장으로 일회용 마스크, 의료 폐기물, 택배 포장 등 각종 폐기물이 급증하자 폐기물처리업이 알짜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폐기물 처리 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은 데다 현금 흐름이 좋아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찾는 건설사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이에 사모펀드사들 뿐만 아니라 건설사들도 이 시장에 달려들면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SK건설은 지난19일 EMC홀딩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9월 초 국내 최대 폐기물 처리 회사인 EMC홀딩스(환경관리주식회사)의 매각을 맡은 어펄마캐피탈과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한다. SK건설은 EMC홀딩스 인수로 친환경 고부가가치 사업 진출에 본격 나서게 됐다.

국내 2위 폐기물 처리 회사도 최근 매각됐다. 미국계 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의료 폐기물 처리에 특화된 ESG그룹을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8750억원에 인수하는 작업을 19일 마쳤다.

올 6월엔 IS동서가 E&F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맺고 맥쿼리PE로부터 코엔텍-새한환경을 약 5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했다. IS동서는 E&F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인선이엔티, 코오롱환경에너지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폐기물 처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코엔텍의 경우 예비입찰에 IS동서 뿐만 아니라 ▲호반건설 ▲TSK코퍼레이션 등 건설사 다수가 응찰하며 높은 관심도를 증명했다. GS건설은 막판에 응찰을 보류했지만 스페인 이니마를 통해 유관업종인 수처리업을 영위해온 점 때문에 유력한 인수후보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SK건설은 글로벌 사모투자펀드를 제치고 국내 1위 환경폐기물 처리 업체인 EMC홀딩스를 무려 1조원에 인수했다.

新성장동력 확보…계열사 내 시너지 창출 효과↑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폐기물처리업에 뛰어드는 배경으로 현금창출력을 지목한다. 폐기물처리업은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특성으로 인해 경기변동에 따른 영향이 적고, 대표적인 인허가 사업으로 진입장벽이 높다. 별도의 시설투자도 초기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영업 현금이 회사에 그대로 쌓이는 구조다.

특히 건설사들의 경우 기존의 토목역량과 결합이 용이하고 사업적 연계성이 커 앞으로도 꾸준히 폐기물처리업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국내 주택 경기둔화와 해외 수주 환경 악화가 건설사들의 미래 먹거리 찾기에 속도를 내게 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SK건설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 '친환경·신에너지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스마트그린산단사업과 리사이클링사업 2개의 조직
으로 운영되는 친환경사업부문은 안재현 사장이 직접 부문장을 맡아 진두지휘한다.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친환경·신에너지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술개발, 솔루션 등을 제시한 SK건설이 EMC홀딩스 인수를 전격 결정하면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폐기물 처리 사업은 경기 변동의 영향이 적고 한 번 설비를 갖추면 꾸준한 현금 흐름이 나오는 것도 장점이다. 이 때문에 요즘 건설사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분양 시장과 해외 수주 여부에 따라 실적이 들쭉날쭉한 건설사들이 안정적인 비즈니스로 폐기물 시장을 노크하는 것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폐기물 증가와 환경 규제에 따라 기술투자가 이뤄지면서 폐기물 처리 회사에 대한 M&A가 활발해지고 대형화하는 추세”라며 “다만 환경 규제가 강화될 경우 추가 설비 투자가 불가피하고 사업 규모 확장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24조원 폐기물 시장 '알짜 사업'

신영증권에 따르면 국내 폐기물 처리 시장 규모는 2018년 16조7000억원에서 2025년 23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국내 총폐기물 양은 1억5720만 t에서 1억8380만 t으로 2660t(16.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폐기물 처리 단가가 오르면서 시장도 커지고 있다. 2017년 중국이 폐기물 수입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린 이후 국내에서 처리해야 할 폐기물 양이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 폐기물도 급증했다. 비대면 경제로의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배달 폐기물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호우 피해로 인한 폐기물도 많이 늘었다.

폐기물 처리업은 정부 인허가 사업이어서 진입장벽도 높다. 폐기물이 늘어도 국토 면적이 좁고 주민 반대 등을 이겨내야 해 신규 폐기물 처리장 승인이 사실상 어렵다. 이렇다 보니 폐기물 처리 단가는 t당 매립 단가가 2017년 7만7500원에서 22만9500원(코엔텍 기준)으로, t당 소각 단가가 12만4600원에서 17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EMC홀딩스의 현금창출력이 현재로서는 크지 않으나 안정적인 수익구조와 성장성을 확보하고 있어 점진적인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시에 실적 변동성이 큰 건설업을 주력으로 하는 SK건설의 사업 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계열사들이 배출하는 폐기물 처리 수요를 흡수하는 등 추가적인 시너지 창출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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