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정몽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3번째 회동 가져
산은, "모든 가능성 열려 있어"... 공은 다시 HDC 현산으로
노딜 시 산은 등 채권단이 최대주주 등극 예정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결론을 못 내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놓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만나 마지막 담판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간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동걸 산은 회장이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인수를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인수 부담을 덜어주는 제안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3시께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날 만남은 지난 20일 산은 측의 제안에 따라 성사됐으며 두 사람은 현산이 추진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사안을 의제로 1시간 가량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 사람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차례 회동을 가졌으나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이 최종 담판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회동에서 산은 등 채권단이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부담을 덜어주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현상 측과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것은 현산이 인수 의지만 명확하게 밝힌다면 현산이 요구해온 인수조건 변경, 12주간 재실사 등을 포함해 모든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현산이 금호산업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에 따라 현산은 금호산업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30.77%를 3229억원에 매입한 뒤 2조177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돼 있다. 이 당시 계약대로는 현산 측이 모두 2조5000억원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이 필요한 것인데 하지만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여파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을 강조하면서 현산 측은 거래종결을 계속 미뤘다. 현산은 인수가 마무리되려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12주간의 재실사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산은이 인수가격을 1조원 깎아주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채권단과 현산이 각각 최대 1조5000억원씩 총 3조원을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투입하는 방안이다. 산은의 공동투자 제안이 사실이라면 현산에 당초 계약금액보다 1조원 가량 적은 1조5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미다.

해당 '공동투자설'에 대해 산은 측은 이날 회동에서 인수가격 조정을 두고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구체적인 숫자가 오가지 않았을 뿐 산은이 현산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는 제안을 한 것은 확실해지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협상의 공은 다시 현산 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산이 산은 등 채권단이 인수가격을 조정해 준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을 치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의지가 있는지에 있다. 당초 이날 만남 전까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노딜(인수무산)'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현산이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여 극적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산은 측은 일단 현산 측의 답변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이후 일정은 답변 내용에 따라 금호산업 등 매각 주체와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 회장이 이번에도 거부한다면 채권단은 '노딜'을 선언한 뒤 '플랜B'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산은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5000억원, 3000억원의 영구채를 인수해 아시아나항공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산은이 꺼내들 '플랜B'는 보유중인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 자회사를 분리 매각 등이 골자다. 영구채의 주식전환 시 채권단이 갖게 될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36.9%으로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산은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권을 확보한 뒤 2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투입해 체질 개선을 하고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사례처럼 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플랜B'는 소위 '광의의 국유화'라고도 표현하는 '채권단 관리체제'를 뜻한다.

한편, 이 회장과 정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담판이 있던 이날 인수합병 결정 기대감에 유가증권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90원(7.05%) 오른 4405원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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