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LG·포스코 등 속속 제도 변화 나서
생산 현장 방역도 더욱 강화
현대차, 식당 이용 시간 4분제 운영

[FE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사 차원의 재택근무에 돌입한다. 중견기업들의 재택근무가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가전업계와 대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내려진 결정이어서 향후 이 제도가 기업 전반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27일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 수위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대비해 최고 단계로 속속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현대차·SK·LG·포스코 등은 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한 정부 지침에 맞춰 재택근무를 대폭 확대 운영하기로 하고 내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 시 정부는 민간 기업에도 필수 인원 약 30%를 제외한 전원 재택근무를 권고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7일 "희망하는 직원들에 한해 9월 한 달간 시범적으로 재택근무를 운영하기로 했다"며 "보완할 부분을 점검해 추가 운영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택근무 시범 운영 대상은 소비자가전과 IT·모바일 부문 직원으로 디자인, 마케팅, 개발 등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무에 한한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시범 운영 결과를 보고 시행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임산부나 자녀 돌봄이 필요한 직원, 해외 출장 복귀 등 특수한 경우에만 재택근무를 허용했지만 최근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재택근무 확대를 결정했다. LG는 27일 그룹 전사 차원에서 사회적거리 3단계를 미리 도입하겠다는 취지로 30%의 필수 인력만 남기고 전원 재택 근무, 단체 행사 금지 등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해 달라고 관련 지침을 각 사업장에 보냈다. 

포스코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대비해 공장 교대 근무자를 제외한 상주 직원 전원에 대한 재택근무 시행을 검토 중이다. 항공사도 현장 근무 유지가 필요한 직군만 남기고 재택근무 전환을 확대할 예정이다.

SK그룹의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E&S 등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운영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 일부에서 19일 순환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한화토탈 또한 20일부터 돌아가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밖에 자동차, 건설, 제철 등 업종을 막록하고 재택근무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근무 방식 변화와는 별개로 생산 현장의 방역은 더욱 강화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4시간·365일 가동을 멈춰서는 안 되는 반도체 생산 공장의 방역 강화에 집중한다. 마스크 착용이 불가능한 식사 시간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도 눈에 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식사 시간 이원화를 처음으로 추진한다. 생산직과 사무직 직원의 식사 시간을 시간대별로 나눠 구내 식당의 혼잡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경우 생산직은 10시50분부터 11시30분까지, 사무직은 11시30분부터 12시10분까지 식사 시간을 이원화함으로써 구내 식당의 혼잡도를 낮추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한편 식당 좌석별 가림막 설치를 상시화한다. 또 연구직 식사 시간은 A~D그룹으로 분류해 11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30분 단위로 식당 이용 시간을 달리하는 4부제를 운영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밖에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지난 7월부터 마스크 자체 생산 체제를 구축해 월 80만개를 만들고 있다. 이는 비매품으로 전 세계 현대차그룹 임직원과 가족에게 공급하는 용도다. 확진자 발생 시 업무 공간 폐쇄 경우에 대비해서는 필수 업무를 수행할 대체 근무 센터를 마북연수원(현대차)과 양지연수원(기아차)에 각각 마련했다.

기업 내 부대시설은 당분간 운영을 중단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시 사내 어린이집 운영을 중단하고 사내 교육, 워크숍 등도 전면 중단한다. 현재 자제령을 내린 출장이나 회식, 모임 등은 금지령으로 한 단계 강화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20인 이상 회의 금지, 회의 시 1.5m 이상 거리두기, 통근버스 좌석 50%만 운영' 등 2단계 현행 매뉴얼을 3단계에 맞춰 강화 변경해 안내할 예정이다.

기업의 공급망(밸류체인) 관리도 비상이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사정은 더 나빠 자칫 공급망 붕괴로 인한 생산 차질이 우려돼서다. 이에 주요 그룹은 현재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밸류체인 현황을 재점검하고 이에 맞춘 매뉴얼 수정 작업에 돌입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3단계 시행 시 추가적으로 사내 확산 방지를 위해 사업장 특수성에 맞춰 수립한 백업 플랜을 가동할 것"이라며 "공장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중지)이라는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 중"이라고 전했다.

권혁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협력팀장은 "기업들이 부품 조달 등에 문제가 다시 생길까봐 노심초사하면서 밸류체인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은 시스템이 준비돼 있어 영향이 조금 덜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경우 시스템 구축이 미비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급망 관리에 직격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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