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기준금리 연 0.50% 유지
올해 성장률 최악 땐 -2% 대 추락... 경제성장률 코로나19 확산세에 달려
경기 부양에 금리 인하 카드보다 다른 정책수단 고려 관측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과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금리차인 실효하한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추가 금리인하로 대응할 여지가 있음은 시사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5월 제시한 -0.2%에 비해 마이너스폭이 대폭 커졌는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2%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봤다.

◆ 한은,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기준금리 연 0.50% 유지

한은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0.50%로 동결했다. 앞서 금통위는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지난 3월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내렸고 5월 28일 금통위에서 다시 연 0.75%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0.50%로 인하했는데 이 당시 수준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실물 경제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한은은 통화정책 대응 여력을 최대한 아껴두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리가 최저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수 밖에 없고 최근 집값 폭등이 정부정책 실패의 영향도 있지만 저금리 기조하에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이 집값을 밀어올리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추가 금리인하는 한은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금리차도 고려해야 한다.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금리를 0%로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과 금리수준이 비슷해지거나 낮아질 경우 경기부양 등 긍정적인 효과보다 자본유출 등의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즉 실효하한 밑으로 금리가 내려가게 되면 통화정책의 득보다 실이 많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명목적으로는 더 내릴 수 있지만, 금리인하를 효과를 볼수 있는 최저선인 실효하한에 다다른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가까워져 정책적 효과보다 부작용의 우려가 커지게 되면 양적완화(QE)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동원된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는 연 0.00∼0.25%로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0% 수준에서 동결하면서 격차는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금리차는 0.25∼0.5%포인트로 유지됐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한은도 경기 부양에 금리 인하 카드보다 다른 정책수단을 고려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8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금리 이외에 다른 정책을 많이 펼쳤듯이 다른 정책 수단도 충분히 갖고 있다"면서 "대출제도, 공개시장 운영 등 정책수단을 펴왔고 앞으로도 (다른 정책 수단을) 추가로 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 코로나19 국내 재확산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기준금리의 추가인하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으로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냐는 질문에 "아직 금리 인하로 대응할 여지는 남아있다"면서 "기준금리가 현재 낮은 수준인데 더 낮춰야 할지 여부는 기대 효과와 부작용을 같이 따져보며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시장의 예상과도 부합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채권 관련 업무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9%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었다.

코로나19 확산 시나리오별 세계 및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자료=한국은행)
코로나19 확산 시나리오별 세계 및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자료=한국은행)

◆ 올해 경제성장률 코로나19 확산세에 달려 ... 최악땐 -2.2%

아울러, 이날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 5월 -0.2%로 전망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조정한 것인데 코로나19 확산 변수에 따라 최악의 경우 -2%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결국 올해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확산세에 달려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우리 경제는 1980년 석유파동(-1.6%)과 1998년 외환위기(-5.1%) 때 두 차례만 마이너스 성장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마이너스 성장(-1.6%)이 예상됐던 2009년에도 실제 성장률은 플러스(0.2%)를 기록했었다.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확정되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이래 마이너스 성장 사례가 된다.

한은은 코로나19 재확산이 9월 말까지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성장률이 -1.3%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내년 1분기까지 영향을 미치면 성장률은 -2.2%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국내외 코로나19 확산세가 빠르게 진정되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성장률은 -0.9%로 내다봤다. 

결국 올해 마이너스 성장은 사실상 피할 수 없게 됐는데 마이너스 폭은 전적으로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달렸다고 본 것이다.

이 총재는 "5월 전망 때는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진정될 것으로 봤는데 꺾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에서 재확산이 발생했다"며 "이에 수출과 소비 개선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2분기 수출 실적이 예상을 밑돌고 예정보다 길었던 장마와 집중 호우 등이 하향 조정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경우 이번 전망보다 더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나올 수도 있다.

이 총재는 -1.3% 성장률과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의 대응이 지금 수준(2단계)에서 유지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라며 "(거리두기) 3단계가 된다면 아무래도 국내 실물경제 회복세가 제약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주가와 환율에도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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