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국가 중 한국 자살율 1위 … 청소년과 노년층 보다 두드러져 중심 사업으로 선정
극단적 선택한 학생 구했을 때 뿌듯 … 자살예방법은 가만히 말 듣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

사진설명 - 이지영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본부장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광화문 집회 發 코로나19사태 재확산으로 다시 전 국민이 강제로 외출도 못하고 집에만 머무는 일이 잦아지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사회적 혼란이 불거질수록 자살문제가 심각해진다는 통계가 있는 만큼 예방법에 대한 궁금증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자살문제가 대두된다 해도 막상 해결책을 위해 발 벗고 나서지 않는다면 근본적 대안이 되긴 힘들다, 이에 대해 본지는 지난 11년 간 꾸준히 한국 사회의 자살예방에 온 힘을 붓고 있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인터뷰를 통해 현 상황을 진단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이지영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본부장과 1문 1답

1. 자살예방 지원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995년 이전엔 생계가 중요해 ‘생명·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가계 경제가 흔들리자 자살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그러나 정작 정부나 민간 모두 관심이 미비해 사회적 문제로 보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지난 2007년 20여개 생명보험사 공동협약으로 설립 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하 생명보험재단)은 국내 자살률 증가 문제 해소에 기여하고자 자살예방 지원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선정했다. 지금까지 청소년부터 노인을 대상으로 종합적 자살예방을 진행하고 있다.

2. 재단 자살예방 지원 사업은 청소년과 노인자살에 집중하는데 이유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데 특히 청소년과 노인의 자살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노인자살률 1위일 뿐 아니라, 청소년(초·중·고) 자살률도 2015년 93명에서 2019년에는 140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주로 자살원인엔 정신 및 신체적 건강, 경제적 문제, 정서적 불안 등을 꼽을 수 있는데 특히 이들 세대는 생활 속에 불안과 분노가 자리 잡아 우울증이나 분노조절장애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로 발생한 마음의 병이 충동적 자살을 하는 이유로 나타난다.

3.코로나 19사태 등 사회적 불안이 야기 될수록 자살에 대한 충동적 상황이 유발된다는데 재단에서는 이에 대한 준비나 대비책이 있나?

맞다. 코로나19사태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고 이 중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져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도 올해 말이나 내년에 자살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생명보험재단은 코로나19로 가정에서 우울감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SNS를 기반으로 하는 ‘다 들어 줄게’ 상담시스템을 통해 24시간 365일 상담을 운영하고 있고 자살시도자에게 응급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올해 예산을 증액해 운영할 계획이다.

문제는 앞으로 제2 제3의 코로나 같은 상황이 생기더라도 사전자살을 예방하는 체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사업은 언택트(비대면)와 온택트(온라인)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 중이며

지금 청소년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불릴 만큼 디지털 세계 안에서 관계형성, 소통, 취미, 문화 활동 등의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청소년들이 학교나 학원 등의 학업이 중단되는 상황에서, 가정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보내는 시간이 증가 추세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생명보험재단은 청소년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디지털 매체의 역기능으로 발생하는 디지털 범죄, 인터넷 중독, 과의존 피해, 사회적 소외감 증폭 등을 예방하기 위해 ‘디지털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4. 재단에서 지원사업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자살예방 지원사업을 통해 우리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렸을 때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이 든다.

생명보험재단의 자살예방 지원사업은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으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위기 상황에 있는 청소년을 상담으로 도움을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려는 청소년을 발견해 112 신고를 연계하거나 119 구조대까지 출동한다.

실제로 한 청소년이 공공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현장을 발견한 적 있는데, 즉시 상황에 개입해 청소년의 생명을 구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생명보험재단의 지원사업을 통해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준다고 느끼는 순간이 들 때가 있는데 동료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느낄 때에도 뿌듯하다.

5. 자살을 하려는 이들을 막는 가장 좋은 예방법은 무엇인가?

뻔한 이야기 같지만 나와 내 주변에 대한 관심과 소통이 중요하다. 주변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의외로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위해서는 내가 내 감정의 주인이 되어 나와 잘 지내고 세상과 건강하게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로를 위해서 주변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기 보다는 옆에서 가만히 들어주는 것이 관심의 시작이고 최고의 예방법으로 서로 큰 힘이 될 수 있다. 국가나 단체의 경우 생명사랑 교육과 자살 고위험군 발굴해 심리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6. 앞으로 우리나라 자살문제에 대한 해결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은가?

지난해까지 우리나라는 13년 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로 지난 2018년에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은 자살 진행과정에 따른 원인분석, 고위험군 발굴체계, 자살사건 발생 후 관리와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자살률 1위를 벗어나기 위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실존주의 상담가로 현재 주목받고 있는 정신분석가 이승욱 박사는 "0∼3세까지의 잘못된 양육은 치명적(2015 출판도시 인문학당, 강연에서)."라고 했다. 이들이 자살시도자나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성인들을 만나본 결과, 이들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 성장과정의 영향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있었다. 실제로 상담과 치료 현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본 결과, 3세까지 양육환경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기도 했다.

따라서 영유아가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 생각한다. 그 전제는 부모를 교육해 자녀를 양육하게 해야 한다. 이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천천히 가더라도 이제는 제대로 가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살예방정책과 교육은 범국민적 교육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생명존중 문화조성과 생명존중 관련 정책 그리고 예방교육 사업이 함께 가야 한다.

7. 앞으로 자살예방 지원사업을 하면서 더 집중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

자살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지원 사업이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자살사망자 수가 15만 4903명인데 자살 유가족은 약 70만 6000명에서 141만 2000명에 이를 정도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 사람이 자살하면 그 자살을 옆에서 겪게 된 유가족들은 심각한 정신적 외상과 심리적 고통으로 일반인 대비 자살위험은 8.3배, 우울증은 7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실제 자살 유가족은 주변 따가운 시선, 질책, 원망 등으로 자살 고위험군에 속한다. 향후 심리부검을 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령대별 자살 유가족 사업을 집중적으로 기획하여 진행하고 싶다.

8.자살예방 지원사업 뿐만 아니라 재단이 하고 있는 사회공헌사업이 있다면 무엇인가?

생명보험재단은 ▲자살예방 ▲생명존중 문화 확산 ▲저출산해소 ▲고령화극복 등 4대 목적사업을 중심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특화 사업을 전개 하고 있다.

그 중 자살예방 지원사업이 핵심이며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SOS생명의전화 ▲자살시도자 응급의료비 지원 ▲자살 유가족 치료비지원 등이 있다. 청소년 대상 자살예방 지원사업은 SNS를 기반으로 하는 청소년 상담시스템 상담 지원, 학생 정신건강 치료비지원, 자살예방 ‘다들어줄게’ 캠페인, 디지털 리터러시 사업,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살예방 지원사업은 농약안전 보관함 지원, 주민정신건강 의료비 지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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