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8월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 124조2747억원 ... 전월 比 4조755억원 ↑
저금리에 신용대출 받아 주식·부동산 투자
주담대 금리보다 낮아 신용대출로 수요 몰려
규제 우려에 일단 받아놓는 사람도 늘어

[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저금리 기조하에 신용대출 금리 또한 낮아지면서 이를 활용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었고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막히면서 신용대출로 주택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금융당국이 폭증하는 신용대출을 줄일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면서 당장 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도 '일단 받아놓고 보자'라는 심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747억원으로 전달인 7월 말보다 4조755억원(3.4%)이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6월과 7월에 전달 대비 각각 2조8374억원, 2조6760억원 증가하면서 세 달 연속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한달 새 4조원 넘게 폭증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역대 최대 수준의 증가폭이다. 

5대 주요 시중은행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8월 1일부터 13일까지 기간 중 1조2000억원이 늘었는데 14일부터 31일까지 2조8000억원이 늘면서 최근 들어 더욱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급격히 불어나는 신용대출 자금이 상당 부분 주식시장에 흘러 들어 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예금금리가 연 1% 남짓인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건재함을 보이면서 은행에서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려 투자수익을 내보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SK바이오팜 청약에 쏟아져 나온 증거금 31조원과 카카오게임즈 청약 첫날 몰린 16조원 중에는 신용대출 자금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관련 정부 규제가 더해지면서 주담대가 불가능한 주택 구매 수요자들이 신용 대출에 나선 경우도 생겼다. 특히,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이 있었던 6월부터 신용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주담대 규제가 강화하면서 주택구입 자금을 신용대출로 끌어다 쓰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례적으로 주담대를 뛰어넘는 좋은 금리조건도 신용대출 급증에 기여했다. 최근 신용대출 금리 하락속도가 주담대보다 빠르고 고신용자를 잡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8월 말 기준 주요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연 1.7~3.6% 수준으로 연 2~4%대인 주담대보다 금리 조건이 더 좋은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년 가까이 은행에서 근무했지만 지금처럼 신용대출과 주담대 금리가 역전된 적은 없었다"면서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주담대 규제가 강화되자 신용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최근 급증세를 보이는 신용대출을 향해 잇따라 '구두경고'를 날리면서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옥죄기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만약을 대비해 '일단 받고 보자'는 대출 수요를 일으켰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19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전 금융권 신용대출 증가액이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로 6월 이후 증가폭은 더욱 확대됐다"면서 "금융회사 차원에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실제로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을 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당분간 긴급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대출까지 조일 경우 자칫 '비 오는데 우산을 뺏어간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한 신용대출 수요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분명 코로나19 여파로 생계자금이 필요해 신용대출을 받는 분들도 다수"라면서 "생활이 어려워지거나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신용대출이 마지막 수단이 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규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5대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56조9836억원으로 7월 말보다 4조1606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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