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모험자본 공급 확대" 주문
중기특화증권사, 사실상 기능 못해
벤처투자 규모 늘었지만 민간 금융기관 자금 공급 줄어 ... '역행'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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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금융위원장과 국회 정무위원장이 일제히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주문하고 나선 가운데, 증권사가 밴처캐피탈 역할을 수행하는데 만전을 기할지 주목되고 있다.

◇ 당정, 일제히 ‘모험자본’ 역할 강조

지난 8월 2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증권사가 모험자본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9월 1일 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은 “신성장의 마중물이 될 모험자본이나 기업공개 시장의 발전과 성숙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당정이 모두 모험자본 활성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1일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또한 “혁신 기업 탄생은 모험자본의 원활한 공급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모험자본의 역할론을 긍정하고 나섰다. 나재철 금투협회장은 지난 7월 16일에도 간담회를 열고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로 증권사 경쟁력 제고 및 모험자본 공급 역량 제고 방안 추진을 발표한 바 있다.

당정이 일제히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언급하는 이유는 민주당의 공약과도 맞닿아 있다. 민주당은 지난 1월 4.15 총선을 앞두고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30개를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또 벤처투자액 연간 5조원을 달성해 ‘벤처 4대 강국’으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7월 14일 발표된 160조원 규모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스마트대한민국펀드’를 조성할 것을 발표했다. 이 펀드를 통해 혁신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고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제도, 실효성 논란으로 ‘골머리’ 

모험자본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지만, 금융위가 지정하는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중기특화 증권사)’ 제도가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2016년 4월 모험자본 공급 촉진을 위해 도입된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는 성장성이 있는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상장이나 인수합병 등을 지원한다. 중기특화증권사로 선정되면 중기전용 펀드 운용사 선정 때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증권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이 필요할 때 한도·기간·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4년간 중기특화증권사는 중소벤처기업에 1조4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하고, 3조2200억원의 자금 조달을 지원했다. 3기로 지정된 중기특화 증권사는 총 6곳으로 유진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코리아에셋투자증권·키움증권·IBK투자증권·SK증권 등이다.

하지만 3기 지정 증권사 수가 1기에서 늘어나지 않아 사실상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참여 증권사가 꾸준히 확대돼야 하지만 1기 이후에도 숫자만 유지할 뿐 적극적으로 확대되지는 않은 것이다.

또 중소기업 상장 주관 실적 등 자금 공급 역할론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형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상장 주관 쏠림 현상이 존재하고, 사실상 세제 혜택 등 자본 규제를 완화함에도 주관 실적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IB 딜 특성상 자기자본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관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에서는 초대형 IB들과의 차후 관계를 고려해서라도 자본 규모가 큰 곳에 상장을 맡기려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말했다.

◇ 벤처투자 규모 확대되는데 벤처펀드 결성은 줄어

지난 1월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19년까지 벤처투자 규모는 꾸준히 1조 규모씩 확대돼왔으나, 벤처 펀드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2018년 4조8208억원에서 2019년 4조1105억원으로 4조원대는 유지했지만, 투자 규모는 확대되는데 자금 공급은 줄어든 것이다. 

이는 2019년 10월까지는 벤처펀드 결성액이 전년보다 높았음에도 민간 금융기관과 연기금 등 기관출자자의 펀드 참여가 2018년 대비 9289억원 줄어든 데 따른 영향이다. 특히 11~12월 두 달 간의 결성액이 2018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848억원, 4759억원 줄어들었다. 

특히 민간출자기관 중 금융기관은 2018년 기준 전체 벤처펀드 출자자 중 1조227억원을 기록하며 21.2%의 자금을 공급했으나, 2019년에는 5328억원을 투자하며 12.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는 물론 2015~2019년 5년 중 가장 낮은 비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캐피탈 활성화를 위해 선진 투자제도 도입 및 자율적인 투자환경 조성 등으로 벤처캐피탈의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2018년 투자 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이후 다시 투자 자금 규모가 줄어든 만큼 활성화를 위해서 추가적인 유인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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