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ESG 언더라이팅·기후변화연구소·맞춤상품까지 … 생명보험사 투자 늘리는 단계
정책 힘입어 투자 수익률 높아 … 해외 투자할 때 ESG 투자 기준 되기도

사진=금융경제신문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올해는 코로나19 같은 전염병과 역대 최장기 장마를 기록 사회 전반적으로 기후변화와 오염문제가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해당 위험을 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ESG투자에 대해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만 일반 개인투자자나 일부 기업 참여만으로 투자 흐름을 바꿀 수 없어 한계가 컸으나 최근 기관투자자 큰 손 중 하나인 보험업계가 ESG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손해보험업계 가장 적극적 나서 … 생명보험업계 아직은 소극적 투자 머물러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청와대와 정부가 17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펀드 안에 그린뉴딜이 포함되면서 ESG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제시돼 투자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ESG란 투자를 결정할 때 우선 고려 대상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투자 룰을 따르는 것이다. 투자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 삼림파괴, 노조탄압, 건강 및 안전외면, 경영진 부패, 정치적 로비를 일삼는 블랙기업에 투자하지 말고 친환경, 노동친화 기업에 투자하란 뜻이다.

이 같은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손해보험업계다. 삼성화재는 지난 2017년부터 ESG 리스크를 체크하는 차원에서 언더라이팅 가이드라인 내에서 ESG 관련 인수지침을 보유하고 있다.

주로 기업성 일반보험 심사에 적용하고 있고 환경이나 사회, 지배구조 상 부적절한 계약자 및 피보험자는 인수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사회책임투자에 나서 사행성 투자를 지양하고 공익성 투자를 실시해 지난 2017년 1조 4931억, 2018년 1조 8300억원, 2019년엔 2조 1609억원을 투자하며 매년 평균 20%씩 투자액을 더 늘려가고 있다.

현대해상은 친환경 보험 상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자동차 에코마일리지 특약, 에코 포인트 리워드 특약과 탄소저감 보험 상품 등 기업의 환경경영 실천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보험업계 최초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교통기후환경연구소를 설립해 기후 환경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지원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밖에 ESG관련 투자가 미미했던 메리츠화재 대신 지주사인 메리츠금융그룹이 한국판 뉴딜에 참여하겠단 선언하기도 했다. 오는 2025년까지 총 4조원 규모 금융지원을 하고 이 중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한 그린 뉴딜에만 2조 8000억원을 책정했다.

한화생명은 ESG라고 정의해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환경적 요소를 고려해 신재생에너지 관련해 투자하고 있으며 교보생명은 ESG비중을 늘리고 친환경 금융투자와 SOC집중 투자 진행을 준비 중이다.

삼성생명은 신재생에너지에만 1조 2000억원을 투자하며 대체투자를 늘려가고 있고 농협생명은 ESG를 노리고 투자한 것은 아니나 투자 상품들이 ESG로 분류되면서 졸지에 정부 정책을 발맞추게 돼 이왕지사 투자 방향을 키워나가기로 했다.

◇ 블랙기업 투자했다 수익성 높은 ESG 투자할 기회 잃어 … 전사적 관리나선 韓금융그룹 보험사들

이처럼 ESG투자에 보험사들이 적극 나서게 된 것은 정책 방향도 방향이지만 실제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투자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으나 기존 석탄이나 원자력발전에 투자했을 때보다 수익률 측면에서 이익이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특히 유럽 같은 경우 블랙기업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패널티가 한국보다 매우 큰 편이라 상대적으로 패널티를 덜 받는 기업 수익성이 크다. 이렇다 보니 해외에선 한국보다 ESG관련 사업 수익성이 체감될 만큼 나오고 있어 투자가 몰리고 있다.

그래서 유럽은 아예 ESG채권 인증제까지 도입해 투자기업도 가려 받는다. 투자하는 곳이 블랙기업에 투자한 곳이라면 아무래도 ESG기업 방침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이렇듯 세계적 흐름이 바뀌는 상황에서 오는 11월부터 보험업계는 해외투자 한도가 종전 30%에서 50%로 상향된다. 해외 투자처 확대를 위해서는 ESG관련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신한생명은 신한금융그룹 차원 핵심과제 설정 과정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9년 7월 국제표준 환경경영체제인 ‘ISO 14001’인증을 받았고 지난 5월 인증을 유지하게 됐다. 특히 지난 2월엔 생명보험업계 최초 UN지속가능보험원칙(PSI)에 가입했다.

UN지속가능보험원칙(PSI)은 UN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가 선포한 보험권의 지속가능 경영 관련국제협약으로 보험사 운영전략이나 리스크관리, 상품 및 서비스 개발 등 경영전반에 ESG가 포함 된 지속가능경영 원칙을 말한다. 국내엔 삼성화재, DB손보, 신한생명만 가입됐다.

반면 KB손해보험은 경영 기조를 변화시켜버렸다. 앞서 신한생명이 금융그룹의 방향에 발을 맞춰 투자에만 초점을 뒀다면 KB손해보험은 기존 지속성장을 목표로 가치 중심 경영을 추구에서 사회나 환경에 초점에 맞춘 ESG맞춤으로 체질개선에 나선 것이다.

그래서 보험업 특성을 십분 발휘해 자연재해 리스크 방지를 위해 자연재해 위험지도를 개발하고 종이를 절약하는 차원에서 모바일 약관을 개발해 활용도를 키우고 있다. 또 에너지 절약 캠페인 차원에서 NO 플라스틱 캠페인과 LED전등교체, 친환경 차량교체에 앞장서고 있다.

게다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여성인재를 발굴 및 육성해 지난 2017년 2.1%에 불과했던 여성 파트장이 2020년엔 8.2%로 증가했고 여성리더 육성을 위한 KB드림캠퍼스를 운영해 125명의 고급 인력을 양성했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ESG투자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곳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그룹이라 전사적 차원에서 접근해 준비하는 강도가 다르다”며 “아무래도 해외투자 비중이 높다보니 유럽의 ESG채권 인증을 받기 위해서라도 전반적인 경영 프로세스 전환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두 금융그룹 말고도 많은 보험사들이 정책 방향이 친환경, 노동중심, 지배구조 개편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굳이 투자방향도 반대로 갈 필요는 없다”며 “그렇다고 석탄이나 원자력에 투자를 안 하는 것이 아닌 만큼 금융권이 투자방향을 바꿨다 해서 급격한 사회변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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