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HDC현산, KDB산업은행에 12주간 재실사 요구 고수 방침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사실상 결렬
산은 등 채권단 관리 체제 가동 전망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KDB산업은행의 1조원대 인수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거절하고 재실사를 고집하면서 인수협상은 결국 결렬 수순을 밟게 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산은 지난 2일 산업은행에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등 채권단은 현산이 다시 재실사 카드를 들고 나오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가 없다고 최종 판단한고 조만간 계약 해지를 통보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현산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여파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을 강조하면서 12주간 재실사 등을 요구하며 거래종결을 미뤄왔다.

결론을 못내고 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문제는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지면서 해법을 찾아가는 듯 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인수 가격 재조정 등을 포함해 현산의 인수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산은은 현산 측에 인수부담을 최대 1조원 가량 낮춰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대 1조원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조건 제시에도 불구하고 현산이 다시 재실사를 요구한 것은 결국 인수 의지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현산 측이 이미 오래전부터 노딜(계약무산) 카드를 염두해 두고 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산은 금호산업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에 따라 금호산업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30.77%를 3229억원에 매입한 뒤 2조177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돼 있었다. 총 2조5000억원을 인수 대금 가운데 이미 계약금 2500억원을 지급한 상태다.

노딜이 현실화되면 계약금 반환 문제를 놓고 치열한 소송전이 예상되는데 그간의 행보가 법정 공방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하면서 9년 간의 법정 소송 끝에 산업은행으로부터 이행보증금 3150억원 중 절반 이상(1951억원)을 돌려받은 바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산이 재실사를 끝내 고집하는 것은 노딜 이후를 염두해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계약 파기의 책임을 두고 법정 공방이 벌어질 상황을 대비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추측했다.

한편, 매각 협상이 결국 결렬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재로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산은 등 채권단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5000억원, 3000억원의 영구채를 인수해 아시아나항공 지원에 나선 바 있는데 보유중인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채권단이 갖게 될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36.9%으로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권을 확보한 뒤 2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투입해 체질 개선을 하고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사례처럼 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노딜로 결론이 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35원(5.34%) 내린 4165원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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