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가지각색 원인 내놔
연준의 정책 방향 전환에 따른 하락
지칠줄 모르고 오르던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손정의·베일리 기포드 등 '큰손'들의 '액션'
개인투자자들, SEC 조사 들어가자 '불안 심리' 작동한 듯

[사진=뉴시스]
로빈후드 앱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지난 3일 나스닥(미국 테크기업 중심 증시) 폭락으로 전세계적으로 충격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폭락의 원인으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연준)가 정책 방향을 전환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월 2일 12056.44포인트를 기록하며 연고점을 달성했던 나스닥 종합지수는 다음날 하락 반전해 598.34포인트 하락했다. 이날 나스닥은 종가기준 11458.10을 기록하며 파죽지세였던 나스닥의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또 다음 거래일인 4일도 전일 대비 144.97포인트 하락해 11313.13으로 거래를 마쳤다.

8일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이 정책의 방점을 유동성 공급에서 고용 확대로 바꾸면서 지난주 잘 나가던 종목들에서 가격 조정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큰 하락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난 3월 23일 이후 주가지수가 주간 단위로는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이코노미스트는 6월 이후 연준이 계속 돈을 풀어주는 흐름이 지속되자 금융시장 유동성 도취 현상이 만연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돈을 푸는 양적완화(QE)가 지속되자 유동성이 좋은 우량 자산을 매입하는 흐름이 강화됐고, 주식시장 시총 상위 언택트 종목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반대급부로 중소형 주식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주가 괴리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또 이러한 시총 상위 종목과 중·소형주의 주가 괴리가 심화되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27~28일 진행한 잭슨홀 미팅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을 고용 확대에 맞추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6월 이후 연준의 유동성 확대 정책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은 것에 대해 반성과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연준의 정책 방향 전환이 아닌 단순히 누적된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나스닥 지수가 급락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7일 미 증시 폭락에 대해 “그동안 상승 과정에서 축적된 가격 부담이 해소되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조 연구원은 “2~3월과 같은 급락을 걱정할 근거는 찾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조 연구원은 “8월 말 이후 미국 증시에서 단기적이긴 하지만 특이한 모습 한 가지가 나타났는데, 공포지수인 VIX와 주가지수가 같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는 지수 레벨에 대한 부담이 형성되면서 지수가 오를 때 불안감도 같이 커지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결국 주가 지수가 오르고는 있지만 지수 상승에 대한 불안감도 상존하는 상황으로, 주가 상승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작용했고 그 결과로서 미국 증시의 전반적인 가격 부담이 표면화했다는 것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뉴시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기술주의 시가 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것에 주목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술주 하락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고 전하면서, 굳이 찾아보면 ▲펀더멘탈과 무관하게 빠른 주가 상승을 보인데 따른 차익실현 욕구 ▲일본 소프트뱅크 기술주에 대한 40억달러대 콜옵션 매수 ▲로빈후드 앱의 고객들 주문 흐름을 초고속트레이딩 업체들에 판매해 온 것에 대한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른 개인 수급 악화 우려 등을 꼽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테슬라의 대주주로 지분 6.32%를 소유하고 있던 베일리 기포드사의 지분이 5% 이하로 축소되면서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액면 분할 이후 주가가 81%가 급등해 502.49달러에 마감했으나, 대주주의 지분 처분으로 9월 4일(현지 기준) 418.32달러로 마감했다. 

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미국 나스닥의 ‘고래’라는 사실이 소프트뱅크가 미국 규제당국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드러나면서 투자자의 심리가 요동친 것도 지적된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 8월 이후 미국 기술주에 대한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 규모 콜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사들였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차후 기술주를 팔게 되면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므로 기술주 매도 러쉬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 ‘로빈후드’로 명명되는 개인투자자들의 옵션 투자도 주가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올해 들어 콜옵션 매수 잔액이 급증하면서 6월 경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콜옵션은 일정 주식을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오프라인에서의 경제활동이 막히자 온라인 증권사인 ‘로빈후드’를 통해 옵션에 투자하는 흐름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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