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피로에 고사 했으나 靑에서 밀아부쳤다는 후문
2023년 9월까지 새 임기, 역대 산은 수장 중 네번째 연임
아시아나항공·쌍용차 경영정상화, '정책형 뉴딜펀드' 조성 등 현안 산더미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KDB산업은행 제공)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KDB산업은행 제공)

[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이끄는 수장이 연임된 것은 1994년 이후로 26년만으로 이 회장의 연임배경으로는 정부가 코로나발 경제위기 상황에서 산은 수장을 교체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회장 임기 마지막날인 이날 저녁 이동걸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이로써 이 회장은 다음날인 11일부터 2023년 9월 10일까지 3년의 새로운 임기를 소화하게 됐다.

역대 산업은행 수장의 연임으로는 초대 구용서 총재, 15~17대 김원기 총재, 25~26대 이형구 총재 이후 이번 이 화장의 사례가 네 번째다. 다만 과거 산은의 수장을 '총재'라고 칭하던 시절 연임한 사례라는 점을 고려하면 직함이 회장으로 바뀐 2008년 이후에 연임한 것은 이 회장이 처음이다.

정치권과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연임설은 이미 수차례 제기됐었다. 이 회장의 임기 종료일이 가까워지는 상황에서도 청와대나 금융당국에서 별다른 후임 하마평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은 회장은 민간 금융사인 금융지주나 시중은행과 달리 별도의 선임 절차가 따로 없기 때문에 임원추천위원회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장이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사실상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는 자리다.

산은이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역할이 커진 점과 아시아나항공, 대우조선해양, 두산그룹, 쌍용차 등 기업 구조조정도 추진 중에 있기 때문에 이 회장의 연임배경에는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산은의 업무 연속성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 와중에 최종 변수는 이 회장의 의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연임 결정을 앞두고 이 회장이 정부의 연임 요청을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돌기도했다. 실제 이 회장은 '힘들다', '이제는 쉬고 싶다' 등의 말을 주변인사들에게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회장 스스로가 회장 직을 더 맡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연임과 관련 "저는 충분히 피곤하다"며 "남은 임기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더 이상의 미련이 없고 그 다음에 대해선 생각하지도, 생각할 필요도, 생각할 시간도 없다" 말하면서 이 회장이 정부가 회장직을 더 맡긴다고 하더라도 연임할 뜻이 없는 것 이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발 경제위기로 정책금융의 역할이 커진 상황에서 산업은행 수장이 바꾸는 것은 정부가 각종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이 회장에게 조금만 더 참아달라는 식의 부탁을 했을 것 같고 이 제안을 결국 이 회장이 수락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밝혔다.

한편, 당장 11일부터 2기 체재를 가동하는 이 회장 앞에는 복잡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17년 9월 취임한 이 회장은 그간 한국GM·금호타이어·STX조선해양·동부제철 등 구조조정을 마무리지었고 2018년에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성장지원펀드를 출범시켰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할 목적으로 정부·한국은행과 손잡고 저신용등급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을 위한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했다. 이 기구는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회사채·CP 매입을 시작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등의 매각 작업은 아직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 밖에 두산그룹·쌍용차 경영정상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 등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산은 등 채권단을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작업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이 회장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세 차례나 만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성사에 공을 들였으나 결국 노딜(인수무산)로 결론이 났다. 이 회장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11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아시아나항공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체제에 편입해 경영정상화 후 재매각하는 방향의 '플랜B'를 가동할 전망이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쌍용자동차 문제 역시 산은이 주시하는 현안이다. 쌍용차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신규자금 투입 계획을 철회하면서 투자를 접은 가운데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산은은 쌍용차는 기안기금 대상이 아니라며 이를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20조원 규모 '정책형 뉴딜펀드'의 조성과 활성화도 이 회장의 과제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와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의 출자로 이뤄지는데 산은은 사업발굴, 펀드주관(운용사 모집 공고, 선정, 펀드 결성 및 운용), 가이드라인의 작성, 금융상품 개발,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투자금 회수 장치(세컨더리 마켓) 등의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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