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HDC현산에 계약해지 통보
2조40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 투입 의결
자회사 분리매각 가능성도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최종 무산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6년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체제에 놓이게 됐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2조4000억원을 투입해 경영정상화에 우선 집중한 뒤 시장상황을 주시하면서 재매각을 추진할 전망이다.

11일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공식적으로 무산됏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오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관련해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현산)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에 대해 매각과정을 함께 했던 채권단으로서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을 수포로 돌린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변수다. 

지난해 12월 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을(SPA)를 체결하고 아시아나항공과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 6868만8063주(지분율 30.77%)를 3228억원에 사들이고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2조1772억원 규모의 신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항공업이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서 아시아나항공 부채와 차입급이 급증하자 현산은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재실사를 요구했다. 현산은 최근까지 재실사 입장을 유지한 채 인수 여부를 확정짓지 않았다. 산은이 1조원 인수 가격 인하를 제안했음에도 현산이 계속 재실사 입장을 고수하면서 최종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협상이 결렬됐다.

최대현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과 관련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를 현산이 부담하기 어려웠던 게 주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무산이 공식화되자 산은은 즉시 아시아나항공에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이날 산은은 기안기금 운용심의회가 열고 아시아나항공에 총 2조40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지원 방식은 운영자금 대출 1조9200억원, 영구전환사채(CB) 인수 4800억원이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조성한 기금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최종 무산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이게 됐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2010년 산은이 주도하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뒤 경영 정상화 노력으로 2014년 자율협약을 졸업한 전례가 있다.

채권단은 일단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정상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 주식 3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채권단은 경영권을 확보해 추가자금 투입과 함께 구조조정 등을 거친 뒤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의 분리 매각 가능성도 있다. 계열사 지원 금지가 기안기금 지원 조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개발, 에어서울 등 6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최 부행장은 "내부 경영과 조직을 쇄신하고 상당기간 컨설팅을 진행할 것"이라며 "여건이 된다면 즉시 책임있고 능력있는 경영주체와 재매각을 추진하고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자구 계획은 외부 컨설팅을 통해 정해질 것"이라며 "컨설팅을 할 때 자회사 매각 등을 검토할 것이며 에어서울, 에어부산이라든지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등도 컨설팅의 범주에 넣어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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