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데이터 참고해 의심자 색출 속속 개발
보험금 미지급으로 소비자 민원 급증하는데 AI가 중립을 지킬지 우려도 제기

사진=금융경제신문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4차 산업혁명의 일환으로 강화하고 있는 보험사 AI기술이 이제는 보험사기를 걸러내도록 하는 단계까지 왔다. 다만 보험사가 개발한 AI 시스템도 결국 보험사 입맛대로 맞춘 기술인 탓에 정작 보험 소비자를 위한 기술인지에 대해서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지급 막는 수단 된 보험사기 예측 AI기술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마다 보험사기를 예측할 수 있는 AI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지난 2019년 기준 9000억원대에 육박하는 보험사기를 근절할 시스템이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1월 ABL생명은 보험업계 최초 보험사기를 예측할 수 있는 AI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늘어나는 보험사기를 대비하는 공익적 차원도 있지만 막대한 지급 보험금 지출을 막아보겠다는 목적이기도 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한 해에만 보험사기를 통해 지급 된 보험금은 8809억원으로 거의 매일 24억원의 돈이 보험사기에 당해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근절 방안이 시급하다는데엔 금융당국과 보험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 보험업계는 점점 보험 영업이익은 줄고 반대로 보험금 지급은 늘면서 모든 지출에 대해 깐깐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형보험사보다 여유가 없는 중·소형 보험사는 상황이 심각해 비용절감에 더욱 공을 들이는 경향이다.

덕분에 ABL생명은 지난 2018년부터 1년간 공 들여 시스템을 만들게 됐고 이는 타 보험사에도 신선한 자극제를 줬다.

대형보험사인 교보생명이 지난 5월 러닝머신 기능을 탑재한 보험사기 예측 AI시스템을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8월 현대해상이 손보업계 최초로 개발했고 지난 10일엔 오렌지라이프가 빅데이터 기반 AI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보험사기 예측 AI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만 주목해야 할 점은 지금 개발되는 보험사기 예측 AI시스템에 대해서 각 사마다 보험업계 최초기술이며 최고의 기술이라고 홍보하고는 있지만 현실은 그동안 각 보험사마다 모아놓은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 졌다는 점이다.

즉 기존에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어떤 보험 가입자가 보험사기를 벌인다고 의심 소견을 보내면 추가 조사를 하긴 해도 결국 보험금 지급에 대해 보험사기로 의심하고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안 할 뿐이다.

데이터 통해 고도화 소비자 보호 필요

만약 보험사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었다면 바로 금융감독원으로 민원을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금융권 민원 동향에 따르면 보험업계 민원은 2만7029건으로 전년 대비 9.2%인 2269건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보험설계사 교육을 강화하면서 대체적으로 보험 모집에 대한 민원 비율은 줄었지만 반대로 보험금 미지급에 관한 민원은 급증했다.

실제 손해보험업계는 보험사기 연루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실손 의료보험 및 자동차 보험 관련 민원이 폭증했다. 전체 민원 중 보험금 산정 및 지급에 대한 민원이 43.3%로 차지하며 전년 대비 12.97%가 증가했고 여기에 면·부책 결정 민원 6.7%까지 합치면 전체 민원 절반이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민원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업계는 보험금 산정 및 지급에 대한 민원은 17.5%로 전체 민원 중 비중은 낮았지만 면·부책 비중은 11.3%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5.11%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합치면 28.8%가 보험금 미지급 관련 민원이었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아직 보험사기 예측 프로그램이 완벽하지 않고 많은 보험사들이 인력에 의존해 보험사기를 잡다보니 정확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AI, 가입자-보험사 중립 요구

그렇지만 AI시스템이 지금과 같이 보험사 데이터에 전적으로 의존해 만들어진다면 선량한 피해자만 양산 될 우려가 높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보험업계에서도 AI가 가입자와 보험사 간을 두고 판단하는데 중립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 8일 보험연구원이 주최한 언택트 시대 인슈어테크와 보험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언택트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되는데 그 중 하나가 기술과 데이터에 대한 일방적 종속과 이를 감독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간의 중립적인 마인드가 자리하지 않은 상태로 AI가 보험사에게 받은 일방적인 자료를 토대로 고도화만 하면 소비자들은 AI가 결정한 답에 대해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이를 제어하기 위한 관리감독 및 규제가 시급하게 제시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보호 및 공정성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소비자 보호는 하나의 화두를 넘어 기본 시스템이 될 것인데 그만큼 보험사 AI기술에 대해서도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차별화를 둬야 끝까지 살아남는 보험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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