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23일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판기념회서 '가자 20년' 건배사 논란
야당, 정치적 중립의무 훼손 ... "책임 묻겠다"
비난 커지자 결국 사과
[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전기 만화 발간 축하 기념식에서 밝힌 건배사에 관해 결국 사과했다.
이 회장은 24일 오후 산은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별의 자리라는 성격을 감안해 정치원로의 노고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한 건배사였다"면서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사려 깊지 못한 발언에 대해 사과드리며 앞으로 발언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 전 대표의 전기 만화책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날 기념식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실내 모임 50인 이하 지침에 따라 45명만 초대됐다. 행사의 주인공인 이 전 대표를 비롯해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주요 여권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동건 산업은행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이 전 대표가 하신 말씀 중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것이 '우리(민주당)가 20년 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며 "민주 정부가 벽돌 하나하나 열심히 쌓아도 그게 얼마나 빨리 허물어질 수 있는지 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가자!'라고 말하면 모두가 '20년!'으로 답해달라"며 "30년, 40년을 부르셔도 된다"고 건배사를 제안했다.
이 회장이 이 전 대표의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민주당의 '20년 집권론'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취임 때부터 주장해왔다 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 장기집권이 필수적임을 강조한 것이 골자다.
이 회장의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국책은행의 수장이 정치적 중립을 어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당장 야당이 반발하고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지켜야 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건배사로 '가자 20년'을 외쳤다"면서 "엄격히 책임을 묻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르면 산은 임직원은 처벌 규정 적용과 관련해 공무원으로 본다고 돼 있다"며 "본인 스스로는 비(非)정치인이라 말하면서 일과시간 중에 참석해 낯 뜨거운 '가자 20년'을 말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과 금융권 안팎에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야당에서 25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를 문제 삼으려 하자 이 회장은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발언 이틀만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노무현 정부에서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됐다. 당초 이 회장은 이달 초 임기가 만료돼 퇴임할 예정이었으나 연임에 성공하면서 2023년 9월까지 임기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