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책임감에 병 얻어...자살 원인은 기재돼 있지 않아
'사회풍속 저해' 이유로 사내게시판 게재 안돼 커뮤니티 '공개'

[FE금융경제신문=최원석 기자] 9월 초 자살한 현대차 디자이너의 자살원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를 추모하는 동료 다자이너의 글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호소문 형태를 띈 추도사는 작성자 외 252명의 동료 직원들이 현대디자인센터 디자이너 이씨를 추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인은 현대외장디자인 1팀 책임연구원으로, 베뉴와 신형 투싼 외장 디자인에 참여한 인물이다. 

현재 추도사의 진위 여부는 불명확한 상태다. 그러나 작성자 대표로 나선 최 씨는 현대디자인센터에서 근무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회사의 판단으로 회사의 호소문 전달 채널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며 "함께 일했던 동료가 본 그의 죽음이 너무나 가슴 아팠기에 이러한 방식으로라도 추도사 및 호소문을 작성해 알린다"고 밝혔다.

추도사에 따르면 이 디자이너는 2020년 초 병을 얻었고, 지난 4월부터 병가를 냈으나 9월 7일 세상을 떠났다. 그가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논란이 됐던 고위 임원의 폭언은 언급되지 않았다. ‘본인이 감당하기에 지나친 책임감’을 이 디자이너가 얻게 된 병의 원인으로 지적했지만,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도 명시되지는 않았다. 현재 추도사는 사내 게시판에는 '사회적 풍속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올릴 수 없어 외부 커뮤니티에 게시됐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디자이너는 “디자인센터 내 위계구조가 확실한 탓에 고위 임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그리 유연치 못한 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은 회사 내에서도 상당한 화제가 되고 있지만 민감성을 고려해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일련의 상황 전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점,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 '신형 투싼 디자이너 인터뷰' 영상을 돌연 비공개 처리한 점 등에 의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추도사가 고인 사망 3주가 지난 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서야 나온 것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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