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시스템 오류로 하루 종일 거래 중단
2일부터 정상적으로 거래 재개
일본 언론, 도쿄 국제 금융지 위상 하락 염려

지난 1일 일본의 도쿄증권거래소는 시스템 장애로 인해 모든 상장 주식의 거래가 중단됐다. 사진은 이날 도쿄의 한 주식방송사가 텅 빈 거래 차트 앞에서 대기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지난 1일 일본의 도쿄증권거래소는 시스템 장애로 인해 모든 상장 주식의 거래가 중단됐다. 사진은 이날 도쿄의 한 주식방송사가 텅 빈 거래 차트 앞에서 대기하는 모습.(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사상 초유의 종일 증시 올스톱 사태로 체면을 구긴 도쿄증권거래소가 2일부터 정상적으로 거래를 재개한다. 다만 세계 3대 증시 중 하나인 도쿄증시가 시스템 오류로 멈춰선 만큼 일본 내에서 관련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사태가 일본 증시에 대한 글로벌 신뢰와 도쿄의 아시아 금융허브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에 나섰다.

일본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는 2일부터 정상적으로 거래를 재개한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앞서 도쿄증권거래소는 1일 증시 개장 전부터 시스템 장애가 생겨 이날 모든 종목의 거래를 하루 종일 중단했다. 10월의 첫 날인 이날 한국과 중국 증시는 추석 연휴와 겹쳐 휴장했지만, 도쿄증권거래소는 황당한 이유로 하루 종일 모든 주종목의 거래가 중단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태로 닛케이225지수와 토픽스지수가 산출되지 않는 거래소 사상 초유의 일이 빚어졌고 도쿄증권거래소와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삿포로, 나고야, 후쿠오카의 각 증권거래소의 거래도 이날 중단됐다. 약 3700개 종목이 상장된 도쿄증권거래소는 세계 3위 규모 증시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는 이번 사건이 애로우헤드(Arrowhead) 거래 시스템의 하드웨어 문제라고 밝혔다. 또 후속으로 백업 전환을 하는 데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애로우헤드는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 2010년 도입한 고속 거래 시스템으로 2개의 디스크가 있어 '공유 디스크 장치'라고도 불린다. 

이날 오전 7시4분 주식 거래와 관련된 기본 정보를 저장하는 1호기 디스크에 고장이 감지됐다. 이런 경우, 통상적으로 1호기와 같은 정보를 기록하는 2호기로 자동전환이 일어나는데, 이날은 백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전 9시 거래 재개 시점부터 모든 종목의 거래가 중단됐다.

도쿄증권거래소의 매매가 하루 내내 정지된 것은 1999년 거래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2005년 11월 도쿄증권거래소가 마비된 적은 있지만 당시에는 3시간 만에 정상 복구됐고 2006년 1월에는 거래량이 갑자기 늘면서 오후 거래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주식매매시스템인 애로우헤드 공급사인 일본 기업 후지쓰는 이날 사과 성명을 내고 "우리가 납품한 하드웨어에 장애가 발생했다"며 "많은 분들에게 막대한 폐를 끼친 것을 사과한다"고 밝혔다.

미야하라 고이치로 도쿄증권거래소 대표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네버 스탑(never stop)'을 표어로 시장의 안정적 운영을 유념해 왔는데 이같은 사건이 일어나게 돼 깊이 사과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들에게 혼란을 드려 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거래정지 사태에 대해 일본 정부도 사과에 나섰다. 정부 대변인 격인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매우 유감스러운 사태"라면서 "증시의 중요한 인프라인 거래소에서 거래가 불가능해진 것은 투자자에게도 거래 기회가 제한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가 장애 발생 하루만에 거래 재개를 결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일본 증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주요증시 중 하나인 도쿄증권거래소가 시스템 장애로 온종일 거래가 중단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일본 금융 및 IT시스템의 낙후성이 여실히 드러난 후진적인 사태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 신문은 "이번 사태가 중국정부의 홍콩 민주화운동 탄압 이후, 홍콩 정세가 불투명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도쿄의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높이려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이데 신고 수석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 규명을 포함해 확고한 대응이 없으면 일본의 투자 의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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