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폐점당 반경 3km 1374명 일자리 감소... 유통학회 분석
"대형마트 규제, 주변 상권 죽이고 온라인만 배불려"
"의무휴업 요일 변동할 수 있게 지자체 위임해야"
한무경 의원 "취지 못살린 '유통산업발전법'... 정책 진화 필요"

지난해 영업을 종료한 이마트 서부산점
지난해 영업을 종료한 이마트 서부산점

 

[FE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대형 유통업체 규제 강화 관련 법안에 제동을 거는 연구자료가 발표돼 주목된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폐점이 오히려 주변 상권 매출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정부는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대형마트의 실적악화를 초래하며 일자리를 줄여 서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5일 국회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한국유통학회로부터 제출받은 '유통규제 10년 평가 및 상생방안' 연구 분석자료에 따르면 유통규제가 본격화한 2012년 이후 대형마트와 전문소매점(전통시장·음식점 등 골목상권·로드숍 등)은 매출과 업계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감소했다.

대형마트 매출은 2012년 34조1000억원에서 2019년 32조4000억원으로, 전문소매점 매출은 144조2000억원에서 135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편의점과 무점포 소매점은 7년 동안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유통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은 위상이 낮아지고, 규제 압박까지 받은 대형마트는 적자의 길로 들어섰다.

매출 감소로 대형마트가 폐점하자 일자리 감소로도 이어졌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4년간 대형마트 23곳이 폐점하면서 3만2,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는 올 들어 9월까지 문을 닫은 롯데마트 8개 점포의 근로자 1만1,000여명이 포함됐다. 롯데마트는 연말까지 7개 점포를 추가로 폐점할 계획이어서 연내 9,620명이 또 실직하게 된다.

대형마트 점포 1곳의 평균 매출이 500억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폐점 시 해당 점포 직원 945명, 인근 점포 직원 429명 등 총 1,374명의 고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945명의 실직자에는 마트에 직접 고용된 680여명과 납품업체 등의 간접고용 인원 250명이 포함된다.

또한 대형마트 폐점 2년 전 매출을 100으로 했을 때 대형마트 1개 점포 폐점 후 주변 상권의 매출은 반경 0~1Km에서 4.82%, 1~2Km에서 2.86%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Km 거리에서는 매출이 다소 증가했지만, 폐점 이후만 놓고 본다면 증가율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형마트 1개점 폐점 시 0~3Km 범위의 주변 상권에서 285억원의 매출 감소를 보였다.

한무경 의원은 "현 대형마트 규제 정책대로라면 폐점이 주변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하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며 "이전 대형유통과 중소유통간 경쟁에서 현재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쟁으로 구도가 바뀌었지만 정책은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시점 유통산업에 맞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이후 최근 4년간 마트 폐점은 가속화되고 있다. 2017년 이마트 3곳과 롯데마트 1곳(5,946명), 2018년 이마트 3곳과 홈플러스 2곳, 롯데 1곳(8,244명), 2019년 이마트 3곳과 롯데마트 2곳(6,870명)이 문을 닫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약계층의 실직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서도 올해 롯데마트 8곳이 10월 현재 폐점했고 연내 7곳도 추가로 폐점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이로써 올해만 2만6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특히 롯데그룹이 밝힌 대로 롯데마트가 향후 3~5년간 50개 이상 폐점할 경우 최소 6만8,700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전망이다. 홈플러스 역시 이달 안산점,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 등 3개 점포의 매각을 결정했으며 내년에 추가로 대구점도 매각할 계획이다. 향후 폐점 계획까지 고려하면 약 11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대형마트 업체들은 문 닫은 점포의 인력을 인근 점포로 재배치해 고용을 유지할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지역 간 이동이 쉽지 않은데다 직원을 모두 흡수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처럼 대형마트 폐점의 배경에는 정부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내세운 영업규제, 이커머스 유통사와의 경쟁 심화, 집객인원 감소, 코로나19의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신규 출점 규제, 의무휴업일 2일 지정, 영업시간 규제 등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이 지난 10년간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은 것이 직격탄이 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오는 11월23일 개정안의 효력 상실을 앞두고 전통상업보존구역, 의무휴업일,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다시 5년간 연장하기 위한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액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각각 1.2%, 4.9%, 2.9%로 성장세를 보였지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 시작된 2012년부터 2018년까지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마이너스 성장을 해왔다. 이마트는 급기야 2·4분기에 창사 이래 첫 적자와 영업이익 -67.4%를 기록했으며 롯데마트는 261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2년 당시 대형마트 3사의 매출액은 34조원이었지만 지난해 32조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쳤으며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은 11.3%에서 8.7%로 줄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는 가운데 실직자 양산이 사회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한무경 의원은 "그동안 규제 일변도의 유통산업정책에 따른 결과로 일자리 마저 줄어들고 있다"며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관련 정책도 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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