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6일 제주ㆍ10월4일 대구 등 연쇄 화재
국과수 '배터리팩 결함 가능성' 결론지은 듯
현대자동차ㆍ현대모비스ㆍLG화학 책임 분담할 듯

지난 4일 대구 달성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코나 일렉트릭이 전소한 모습. (사진=대구소방안전본부)
지난 4일 대구 달성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코나 일렉트릭이 전소한 모습. (사진=대구소방안전본부)

[FE금융경제신문=최원석 기자] 지난 9월26일 제주와 10월 4일 새벽 대구에서 연쇄적으로 현대자동차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EV)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사건의 원인이 배터리팩 결함 가능성이 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져 책임공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같은 차종 2건의 화재에 대해 국과수는 "차량 하부에 설치된 배터리팩 어셈블리(결합품) 내부에서 전기적인 원인으로 인해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지었다. 피해 정도를 "배터리팩 어셈블리에서 발화된 후 부품(서비스 플러그) 등을 통해 뒷바퀴와 트렁크가 심하게 불에 타 훼손됐다"고 설명한 뒤 내린 결론이었다. 감식 대상은 지난해 7월 강원 강릉시 신석동과 지난해 8월 세종시 고운동에서 발생한 사고 차량이었다. 국과수는 사고 발생 후 두 달여 동안 방화·실화·차량결함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했다.
 
국과수는 이어 “배터리 제조 당시 미세한 제조 결함이 있었다면 운행 초기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다가 충·방전을 지속하면서 손상이 커질 수 있다”며 “주행 중 충격·진동이 배터리에 가해지면 절연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으로 볼 때 배터리 내부 ‘절연파괴로 인한 열폭주’(과전류로 인한 스파크 현상)가 발생해 발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배터리팩 제조 결함이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책임 소재를 명확화 하기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배터리 제조 관련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엘지(LG) 화학 등 여러 업체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화재 원인으로는 배터리셀 내부 결함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된다. 원인에 따라 책임 소재도 달라지는 만큼 예민한 문제다. 코나 일렉트릭에는 엘지화학의 ‘니켈·코발트·망간(NCM) 622’ 배터리셀이 탑재되는데, 현대모비스와 엘지화학의 합작법인 에이치엘(HL)그린파워에서 해당 배터리셀을 납품받아 배터리팩을 만든다. 이를 다시 현대모비스에서 납품받아 배터리시스템어셈블리(BSA)를 만드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가 설계한 BMS와 냉각시스템 등 각종 보호·제어 시스템이 장착된다. 이 중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도 일부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달리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하는 전기차는 배터리관리시스템의 역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화재가 계속되자 지난 3월 현대차는 2017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생산된 코나 일렉트릭에 한해 주차 중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 진단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는 무상 수리를 진행한 바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배터리관리시스템을 현대모비스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100% 엘지화학 책임이라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몇 대 몇으로 분담을 하게 될지가 앞으로 관건”이라고 말했다. 리콜 사태까지 갈 경우 조 단위의 비용 부담은 물론 신뢰도 타격 역시 불가피하다.  

코나EV는 2018년 4월 국내 출시돼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다. 지난해에만 1만3587대가 판매됐다. 하지만 출시 이후 코나 일렉트릭이 국내외에서 화재를 일으킨 건수는 총 14건이다. 이 중 2건은 현대차 울산 1공장 생산라인에서, 10건은 국내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거나 정차된 상태에서 발생했다. 나머지 2건은 캐나다와 오스트리아 등 국외에서 일어난 화재다. 동급 차종인 기아자동차 니로 이브이(EV)의 경우 아직까지 알려진 화재 사고가 없어 더욱 논란이 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리콜의 경우 아직 국내에는 선례가 없어 단정하기 어렵지만 원인 조사와 향후 안전성 강화 등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조 단위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에는 이달에만 70건 이상의 결함 신고가 이어졌다. 신고인들은 화재 불안감을 호소하며 리콜 조치를 위한 결함 조사를 청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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