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에만 집착한 전 세계 항공사들 팬데믹 쇼크로 줄줄이 적자의 늪
대한항공은 ‘객실’을 ‘화물칸’으로 개조 '파격 발상' ... 영업이익 1485억원 실적 올려
코로나19 백신 승인시 여객 수요 회복과 신규 항공화물 수요가 발생 기대
아시아나항공 - HDC현산 '노딜'이 대한항공에게 반사이익 ... 독보적 1위 '우뚝'

[FE금융경제신문 = 김용오 편집인] 역시 세상일 한 치 앞을 모른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을 살리고 있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세계 여행·항공업계가 적자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마당에 표정관리에 열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뜻밖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현산)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가 대한항공의 적자 탈출에 결정적 도움을 주고 있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가?

아시아나항공-HDC현산 거래가 '노딜'되면서 대한항공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은 여러 측면에서 이미 예상했던 결과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승인이 예상대로 앞당겨질 경우 백신수송 등 항공화물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남과 동시에 여객수요가 회복될 것은 빤한 얘기. 그 영향으로 대한항공이 집중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의 '빅 2체제' 시스템은 깨졌다.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정상화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화물수송 수요가 늘어날 경우 대한항공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국내최초 화물 수송을 위한 개조 작업을 완료한 보잉 777-300ER 기종을 화물 노선(아시아- 미주, 아시아- 유럽)에 투입하며 수익 극대화 준비를 마쳤다. 그 결과 코로나19  팬테믹 사태 이후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성적표를 내놓는 가운데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 3분기 매출 1조8532억원, 영업이익 382억원을 기록하며 국적 항공사 중 유일한 흑자가 예상된다. 운도 따랐지만 전략의 성공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전세계 항공회사들은 수요가 사라진 '여행객'을 걱정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화물'에 눈을 돌렸다. 해외여행의 길은 막히고,  비대면 언택트 시대에 '화물량'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한 것이다. '신의 한 수'였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항공화물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여객사업자이므로 항공화물운임 강세가 예상된다"면서 "빠르면 4분기부터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항공화물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백신이 개발, 승인된다면 여객 수요의 회복과 백신 수송 과정에서 신규 항공화물 수요 발생을 기대해볼 수 있다. 현재 3상을 진행 중인 백신 후보물질은 안정성만 확인되면 연내에 긴급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게 의료계의 관측이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 주가에 대한 긍정적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삼성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대한항공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모 증권사 에널리스트는 "올해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사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흑자를 유지할 전망"이라며 "올해 부채비율이 하락하는 항공사도 전세계적으로 대한항공이 유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남매의 난' 후유증의 하나로 한진그룹은 지난 2019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 공정위 발표에서 '동일인'이란 그룹의 실질적 총수를 뜻하는데, 한진그룹 내 남매들의 경영권 다툼으로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위가 직권으로 조원태 회장을 총수로 지정했다.

결국 조원태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한진그룹 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한항공을 정상 운영하는 과제가 조 회장의 책임이다. 이런 사면초가와 같은 항공업계 상황에서 조 회장에게 아이러니 하게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노딜'이 향후 입지와 행보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결국 국내 항공사업자들의 실적 쓰나미를 몰고와 항공시장 재편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한진그룹 계열 항공사들은 입지를 더욱 굳히게 됐다는 분석이다특히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증권업계는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B747- F와 같은 점보 수송기 약 8400여대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본격적인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이뤄지면 올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 항공화물 수요가 3.3% - 6.6%  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IATA의약품 항공운송 품질 인증을 받아 놓은 상태다. 따라서 대한항공 실적은 당분간 '순풍속 항해' 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 자매회사 진에어 역시 항공화물 운송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진에어는 지난 3월 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중 유일하게 보유 중인 중대형 여객기 B777- 200ER 하부 전체를 화물칸으로 활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항공업황이 점점 나빠지자 진에어도 수익원 확보 차원에서 여객기를 화물 전용기로 운용하기로 하며 좌석 탈거를 결정했다. 해당 항공기는 항공 주무부처 국토교통부와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승인·감독을 받아 개조 후 화물운송에 투입된다.

아울러 대한항공에는 정부 당국이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한 구제금융을 지원했고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도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진에어에도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단행해 두 항공사 현금 흐름이 좋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은 물건너 갔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 등 나머지 LCC는 과거보다 못해 미래가 어둡다. 이는 곧 국내 항공업계 시장이 대한항공·진에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신호이고 한진그룹에서 조원태 회장의 입지에 대한 흔들림이 줄어들 것이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며, 대한항공의 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조원태 회장의 향후 행보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