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현재 연 0.5%로 유지 결정
당분간 기준금리 조정 카드 지양할 듯 ...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 활용 예상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1.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5%에서 유지한다. 이미 내릴만큼 내렸고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다시 올리기도 추가로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당분간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로 동결했다. 코로나발(發) 경제 충격이 본격화된 지난 3월 한은은 기준금리 연 1.25%에서 0.75%로 인하하고 5월 다시 역대 최저 수준인 0.5%로 낮춘 뒤 현재까지 이 당시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각국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경제의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시됐다. 그동안의 금리인하로 급증한 부작용을 감안했을 때 현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조정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지난 12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채권 전문가를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0명 전원이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는 추가인하 여력이 넉넉하지 않고 현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에서 금리인하 카드는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쓰이는데 올해 들어 코로나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내려 이미 역대 최저수준에 달했고 더욱이 연 0.50% 기준금리는 이미 실효하한에 가까워진 상태다.  

실효하한은 비(非)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금리를 0%로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하한선이다. 즉 실효하한 밑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경기부양 등 긍적적인 효과보다 외국인 자금이탈, 환율 불안, 부동산 버블 등 부작용이 훨씬 많아지게 된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는 연 0.00∼0.25%로 한국은행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0.25∼0.5%포인트다. 만약 한은이 0.25%포인트 추가인하를 단행한다면 미국과의 금리차가 사실상 없어지는데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미 한은의 금리 추가인하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기준금리 인하 후 빠르게 확대된 시중 통화량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자산 가격만 올리고 있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실물경제 회복은 더딘 상황에서 부동산·주식 가격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거나 오히려 넘어섰다.

그렇다고 다시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올해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고 향후 거시경제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섣부른 통화긴축은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은은 당분간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경기회복 속도가 더디더라도 기준금리 조정 카드 대신 국채매입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거시경제지표 분석기관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길게는 내년 말까지 연 0.50%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에 제시했던 -1.3%로 유지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1.3%가 현실화하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5.1%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는 0.8%였다.

한은이 지난 8월 제시한 코로나19 확산 시나리오별 세계 및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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