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훈 한림국제대학원 주임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안다정 기자)
조창훈 한림국제대학원 주임교수와 강남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대학원에 둥지를 틀고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안다정 기자)

[FE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에서 컴플라이언스&윤리 전공 주임교수로 재직 중인 조창훈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 국민권익위원회 청렴 연수원에서 청렴 교육 전문강사로 초빙돼 강의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금융회사가 있어야 금융학자도 있다”며 신념을 밝혔다.

조창훈 교수는 교육자가 되기 전 미래에셋대우에서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했다. 금융권에 발을 담갔던 ‘경험자’다. 그는 현재의 금융감독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을 밝히기도 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내년 3월 시행되는데, 학자로서 금융업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금융권 현실에 대해 짚어봤다. 그는 인터뷰 내내 “금융업은 보수적이며, 금융업계가 성장해야 소비자보호 기능도 함께 확대될 것”이라며 역설했다. 

다음은 조창훈 교수와의 일문일답

-컴플라이언스 실무를 담당하다 학자로 전향한 이유는?

학교에 가기 위해 증권사를 다닌 것이다. 컴플라이언스 준비는 대학생 때부터 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아르바이트했다. 코스닥 중개 시장에서 일했는데, 여의도가 IMF 때문에 무너지는 것을 봤다.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세부 요건으로 컴플라이언스가 대두했다. 증권사가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서구인들이 봤을 때 한국엔 컴플라이언스 기능이 없다고 본 것 같다. 관치금융이 센 것도 컴플라이언스 기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파악한 것 같다. 외압에 휘둘리기 쉬운 구조로 보였을 것이다. 

컴플라이언스는 외부 요구에 의해 시작됐다. 당시에 전문가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최초 준법감시인인 유니스 김 교수가 해외에 있을 때 소개를 해줘서 도입하게 됐고, 시초격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금융업계의 화두는 단연 사모펀드다. 금융사 내부 통제 기능인 컴플라이언스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데.

오히려 컴플라이언스 도입 초기보다 전문성은 떨어졌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보면 펀드 판매를 하면서 규제 차익이 발생했다. 은행에는 우호적으로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했고, 증권업과 운용업계에는 그렇지 못했다. 

일례로 3~4년 전쯤 농협은행에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개설하면서 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확대됐다. 그 당시 계좌 개설할 때 농협은행이 당일 계좌개설 수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제도 시행 전부터 고객의 서류를 먼저 받아놓고, 그날 창구에서 개설만 한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사전영업을 한 것이니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는 셈이다. CCTV를 확인해보니 고객은 창구에 없었다. 은행권은 지점이 1000개가 넘는다. 증권사 지점은 100곳 수준이다. 

은행에 대해 크게 규제를 하면 체계적으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 증권사는 지점 수가 상대적으로 적으니 ‘비체계적 리스크’는 발생할 수 있어도 파장이 은행보단 클 수 없다. 은행에 규제를 빡빡하게 적용하면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금융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꼭 금융권의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다. 감독설계가 잘못된 것도 있다. 제도와 시스템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난해부터 발생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3자 입장에서 보면 PB센터 이용 고객이면 투자 경험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은행권과의 차이가 있다면 증권사는 원금손실 가능성을 내포하고, 은행은 예금·적금 등 상품이 원금 보장을 전제로 하지 않나. 은행이 사모펀드를 판 것이 시사점이 크다고 본다. 감독당국이 은행에는 관대했고, 증권사에는 엄격했다.

특히 운용사의 경우 모든 기록이 남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이 종목을 선정하고 주문까지 냈다. 먼저 투자해놓고 증권사에 투자를 부탁한 것이다. 사전 거래가 가능했던 것이다. 사모펀드의 경우 상장된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감시·감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본다. 거래소로 데이터가 모이는 구조가 아니니까. 대체투자를 주로 하는데, 거래가 기록에 남지 않기 때문에 감독하기에 한계가 이다고 본다. 사모펀드는 정보 비대칭이 이미 존재하는 시장이다.

처음 사모시장이 열릴 때, 사고가 날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공모시장도 효과적인 관리·감독이 안 되고 있는데 사모펀드는 더 위험성이 있다고 봤다. 과거에는 ‘특별자산펀드’라고 했다. 상장된 주식이 된 것이 아닌,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데 감독당국도 실물 투자 전문가가 아니고, 페이퍼로만 판단한다. 숫자만 파악하는 것이다. 덩달아 실사를 나간다 해도 뭘 봐야 할 지 잘 모를 것으로 생각한다. 사모펀드는 감독이 어렵다. 그래서 시스템이 중요하다.

-관피아의 청탁도 있다. 채용비리 등 관의 비리도 있지 않나.

금융권에서서 대출해줄 때 금융기관에 종사하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직장 정보가 좋을수록 공개를 하는 경향이 있다. 또 직장정보가 공개되면 신뢰도도 높아져 우대를 받게 되는 구조다. 계좌 개설을 하면서 직장정보를 공개하면 주관적인 신용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연봉만 기재하면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알 수 없는데, 직장을 공개하면 구분을 지을 수 있다. 직장정보는 보통 입력을 자발적으로 한다.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직장정보를 많이 작성하는 편이다. 

한국적인 문화와도 결합하면서 문제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직장과 직급 여부를 확인하면 역산이 가능하다. 네트워크를 결합하면 누군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스코어링(Scoring·점수화)하는 것이다. 

대출을 받고 싶은 고객이 상담을 하면 정보를 말하게 된다. 직원은 그 정보를 충실하게 입력하고, 대출 심사 때 주관적으로 반영될 수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에 대해서 PB센터에서 관리가 들어갔다. 그런 차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금융권의 윤리의식이 희박해지고 있는데, ‘실적주의’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최근 실물경제 성장이 주춤하고 거품이 꺼지고 있다. 경제 사이클로 봐서도 실물경제가 금융을 못 따라가고 있다. 선진국 경제가 되면 성장성이 둔화할 수밖에 없고, 지금은 수익성과 안정성 모두 떨어져 있다. 금융윤리가 희박해지면서 안정성 저하의 촉매로 작용한 것 같다. 다만 금융회사만 문제 삼을 수는 없고, 감독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 

-공매도를 두고 개인과 기관 이견이 있는데, 어떻게 보는지.

공매도 논쟁의 본질은 ‘금융사 못 믿겠다’다. 금융업계는 기관 차원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한다.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하지만 돈 벌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공매도의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도 존재한다. 문제는 실제 적용이 순기능대로 되질 않는다는 것이다. 부작용에 집중하니 폐지하라고 하는 것이고, 업계관계자들은 순기능을 강조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권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하는 게 머쓱할 정도다. 금융권 윤리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 금융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돈이 돈을 버는 구조가 됐다. 금융회사 직원들의 연봉이 높아진 이유 중 하나는 금융사고 예방하기 위해 연봉을 올려줘야 한다는 흐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사 직원들이 넉넉하게 살면 욕심을 덜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현재는 영업도 신경 쓰고 재무도 신경 써야 하는 환경에 놓여있다고 본다. 컴플라이언스 업무하면서 느낀 점은 증권사에서 컴플라이언스 업무가 메인 업무는 아니다. 컴플라이언스는 좁게 말하면 내·외부감사를 잘 받기 위한 부서다.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는 감사기관이 나가서 적발을 못 하면 일을 못 했다는 인식이 있다. 금감원에 분담금 내는 건 결국 금융기관이다. 정기적으로 종합검사를 하면 순기능도 있긴 있다. 금융회사가 긴장감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금융회사에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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