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국내 영화관업계 1위 CJ CGV가 상영관 30% 감축을 추진한다. 관람료 인상에 이어 내놓은 극단적 자구책이다. CGV는 그간 희망퇴직, 상영 중단 등 여러 비상 대책을 마련했으나 늘어나는 고정비 부담과 코로나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되자 더 강한 대책을 내놓았다. 신규 출점 중단, 탄력 운영제, 비수익 자산 매각, 비효율 사업 재검토 등 사업 전반에 대해 대대적인 개선 작업을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19일 CGV에 따르면 앞으로 3년 이내 전국 직영점 119개 중 30%인 35~40개를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먼저 운영상 어려움이 큰 지점부터 임대인들과 임차료 감면 협상 및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손실이 큰 지점에 대해서는 영업 중단을 고려하고, 불가피한 경우 폐점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임대차 계약에 따라 개점을 앞둔 신규 지점이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최대한 뒤로 미루기로 했다. 가능하다면 개점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쪽으로 추진한다. 이에 따라 내년 초까지 계획됐던 상당수 상영관 개장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적인 신규 점포 개발 역시 전면 중단된다.

코로나 19로 손님이 뜸해진 기존 상영관 운영 방침도 바꾼다. 국내 및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한 데 따른 것으로, 관객이 줄어드는 주중 상영 회차를 대폭 줄여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주말에만 문을 열고 주중엔 아예 문을 닫는 상영관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CGV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가까이 하락했다. 이에 올 상반기 202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 실적도 당초 기대보다 크게 밑돌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CGV 관계자는 “상영관 30% 감축이라는 유례없는 결정은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영화 제작·투자 등 영화계 전반에 걸쳐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면서 “임차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서 운영할수록 손실이 발생하는 지점은 차라리 운영을 중단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CGV 관계자는 “상반기 이미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미 많은 한국영화 및 할리우드 대작들이 개봉을 미루고 불확실성은 증폭되는 상태”라며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기업 체질 개선과 함께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각오 하에 상황에 따라서는 더욱 강력한 자구책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CGV는 상반기 35개 지점에 대한 일시 영업정지, 임원 연봉 반납, 임직원 휴업·휴직, 희망퇴직 등 여러 자구책을 실행했다. 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 해외 법인 지분 매각, 국내외 비수익 자산 매각 등도 단행했다. 그럼에도 관객 급감과 임차료 등 고정비 증가에 따라 유의미한 적자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CGV는 오는 26일부터 영화 관람료도 1000~2000원 정도 올린다. CGV의 관람료 인상은 지난 2018년 4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역시 적자 개선을 위한 고육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