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물적분할 계획 공개
지분가치 희석 및 주주가치 훼손 우려도
소액주주 '반발' 거세 발표 후 최고가 대비 15만원 넘게 빠져

 

LG화학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LG화학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LG화학의 전지 부문 물적 분할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오늘부터 LG에너지솔루션(가칭) 설립에 대한 전자 투표가 진행되지만, 일각에선 주주총회 통과가 힘들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LG화학은 20일부터 10일간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에 대한 전자투표를 실시한다. 전지 부문 물적 분할과 LG에너지솔루션 설립에 대한 안건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LG화학이 지난달 전지 부문 분할을 발표한 데 따른 반발로 주가가 급락한 바 있어, 이번 안건 통과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LG화학의 사업부문은 총 5개 부문으로,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 ▲공통 및 기타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전지 사업부문 중 전기차 배터리와 소형 전지 부문이 지난 2분기 흑자 전환하면서 LG화학의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지난 3월 19일 23만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조정을 거쳐 61만원대에 안착했다. 한때 장중 고점인 78만5000원까지 올라 52주 최고가를 쓰기도 했다. 

LG화학이 지난달 17일 물적 분할 계획을 발표하고 100%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뒤, 일정은 급물살을 탔다. LG화학은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최종 승인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2월 1일 분할을 완료한다는 구상이지만, 주주들의 적잖은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LG화학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LG화학 홈페이지 갈무리)

◇ 지분가치 희석 ‘딜레마’ ... 주주 달래기 나설까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100% 자회사가 됨에도 주주들이 이에 반발하는 이유는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서다. 상법에 규정돼있는 물적 분할에 대한 상법 회사법의 조문에 따르면  12월 LG에너지솔루션이 자회사로 편입될 시 단순물적분할로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은 인정받지 못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총 특별 결의사항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주주가 보유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번 물적 분할을 두고 기존 주주들을 설득하는 것이 힘든 이유는 2차전지 부문의 사업성과 성장성만 보고 투자한 주주가 있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소액주주들이 적정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기 때문에 이같은 소액주주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지난 14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LG화학에 대해 “분할의 명분과 지분가치 희석 우려를 보완할 주주환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또 최근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적 분할 이후 IPO가 추진되면 성장성이 높은 전지 사업부문에 유동성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뿐 아니라 LG화학이 직접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것이 아닌, 손자회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업 결합도가 기존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번 물적분할은 인적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의 가치 보호가 힘들다는 점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 전기차 배터리 ‘강자’ 자리 굳힐 수 있을까

LG화학이 전지부문 분사를 이번 해에 추진하는 이유는 설비투자 확대 및 배터리 부문 강자 자리를 굳히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의 올해 상반기 배터리 점유율은 24.6%로 글로벌 1위다. 뒤를 이어 CATL(중국), 파나소닉(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수율이 중요한 요소로 여겨져 생산 투자 설비를 늘리는 것이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반도체 생산성 및 업체 성과 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자본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인 것이다. 

현재는 LG화학의 점유율이 글로벌 1위이지만, 경쟁기업들 또한 꾸준한 기술 혁신 및 사업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어 유동성 확보를 통한 사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LG화학의 이번 분사가 단순 지배력 강화가 아닌 기술 투자를 위한 ‘총알’ 확보 목적에 있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주들의 심리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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