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 가입자 60% 넘는데 수익률 1~2%
수수료 제외하면 예적금 이자보다 낮아
선진국 수익률 6%대
기금형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도입해야

작년 퇴직연금 가입자 수가 600만명을 넘어섰다. (사진=뉴시스)
작년 퇴직연금 가입자 수가 610만명을 넘어섰다.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가입자 규모가 꾸준히 커지고 있는 퇴직연금이 쥐꼬리 수익률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연금이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퇴직연금제도가 2005년부터 전격 시행된 지 16년째지만 아직까지 수익률은 해외 퇴직연금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1997~2016년 기준 6%를 웃돌았다. 호주 또한 2004~2018년 6.8%를 기록했다. 한국 퇴직연금의 경우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1~3%의 수익률을 기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대부분 1~2%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회사의 경우 개인형IRP 퇴직연금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DB형과 DC형의 수익률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221조원 수준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형태는 DB(확정급여형)이다.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 중 DB형 가입자는 63.8%에 이른다. 또 93.6%의 가입자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가입자들 대부분이 위험 회피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의 DB형 수익률이 2.27%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어 현대차증권(2.17%), 신영증권(2.16%) 등이었다. 다만 DB형은 자산관리 능력을 보기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회사가 적립한 퇴직금을 지급하는 형태라 가입자의 운용능력과는 다소 연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1~2%의 수익률을 기록한 DB형은 퇴직연금 설정액 규모 면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확정된 급여를 지급받는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운용이 되질 않고 있다. 특히 DB형의 경우 재직 시 중도 인출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편의성 면에서 떨어진다. 또 퇴직연금 운용수수료도 퇴직연금의 ‘무용론’에 불을 지피는 요소다.

운용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DC형과 개인IRP 수익률이다. 증권업계 중 DC형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미래에셋대우로, 6.5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5.21%), 삼성증권(5.14%)가 뒤를 이었다.

개인IRP 또한 미래에셋대우가 5.66%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대신증권(5.30%), 신영증권(5.21%)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IRP의 경우 적립금 최고 700만원까지 13.2%의 세액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적연금으로 부상하고 있는 양상이다.

퇴직연금의 경우 운용수수료 규모는 평균적으로 0.48% 수준이다. 금융사마다 개별적으로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0.5%의 운용수수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실질적으로 수익률에 0.5%를 차감해야 하는 구조라 1%의 수익률을 기록하면 수수료로 인해 실질적인 수익도 반토막이 나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전재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금융권의 수수료 규모는 점차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이 고령화 추세로 인해 꾸준히 적립금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도 수수료는 그대로라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저금리 환경이 도래하면서 일반 예·적금 등 이자율이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는데 금융사의 수수료는 낮아지지 않아 비판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기금형 퇴직연금 및 디폴트 옵션 도입에 대한 제언도 나온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퇴직연금을 특정 사업자에게 맡기는 것이 아닌, 전문 위탁기관과 계약을 맺고 운용을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같은 업종 내 사업장끼리 연합해 연기금처럼 운용을 하는 형태다. 이는 연합한 회사들이 뭉쳐 큰 기금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운용사 간 수익률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순기능이 강조된다.

디폴트 옵션은 DC형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등록돼있는 자산배분형 적립금 운용방법으로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미국은 이미 디폴트 옵션을 도입했고,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은 근로자 10명 중 9명이 타깃데이트펀드(TDF)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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