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시행령이 아닌 소득세법 적용하도록"
개인투자자 청와대서 시위 ... "공평과세에 어긋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기획재정위원회에 열린 기획재정부·통계청·국세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질의 자료를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출처=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기획재정위원회에 열린 기획재정부·통계청·국세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질의 자료를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출처=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 방안을 두고 홍남기 부총리가 기존에 추진하던 3억원 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자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기존 3억원 한도는 그대로 가되 가족합산 기준은 개인별 산정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 기준이었던 가족 합산 3억원 한도에서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것이지만 여전히 3억원 한도를 두고 시장의 논란은 커지고 있다.

홍 부총리가 3억원 한도를 앞세우는 명분은 정책 일관성과 과세 형평성이다. 지난 2018년 이미 대주주 한도를 순차적으로 3억원으로 낮추겠다고 명시한 만큼 정책을 그대로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대주주 요건 강화가 증세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미 부동산과 상가 등 자산에 대한 과세와 근로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주식 투자에 대한 세금을 걷지 않는 것이 과세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야당 반발 거세 ... “수정안 변경하자” 공동발의

야당은 기재부의 3억원 대주주 요건 강행에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등 16명은 최근 입법안을 공동발의하고 정부가 제시한 수정안의 근거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안이 시행령에 근거를 두고 있어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이 되는 소유주식 비율·시가총액 등에 대해 정부 입김이 강하다는 것이다. 시행령에 근거를 두는 기존 방식이 아닌 상위 법령인 소득세법에 의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의지가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시행령에 근거를 두지 말고 소득세법에 근거를 두고 기존 10억원 한도에서 재논의하자는 취지이며, 가족합산이 아닌 개인별로 전환을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야당의 안이 현실화되면 기존보다 사실상 기준이 완화된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대주주 한도 요건 완화에 반대해 홍남기 부총리를 해임해야 한다는 게시물이 게재됐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대주주 한도 요건 완화에 반대해 홍남기 부총리를 해임해야 한다는 게시물이 게재됐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3억원 한도 강행에 ... 투자자들 “공평과세 어긋나” 지적

홍 부총리가 기존 3억원 한도를 높이지 않을 것을 시사하자 투자자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홍 부총리의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한 것이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재된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에는 26일 기준 18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한 달 내 20만명을 넘길 경우 직접 설명을 해야 한다.

청원자는 “동학개미들의 주식참여에 어려운 경제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라며, “대주주 3억이 시행된다면 개미들의 엄청난 매도에 기관과 외인들의 배만 채울 것이며 또한 주식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이 되어 부동산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이 명약관화한 일입니다”라고 주장했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3억원 강행 규탄’ 집회를 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투연 측은 이날 “납세자의 소득과는 관계없이 한 종목 3억원 이상 보유자만을 납세자로 삼는 것은 공평 과세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 일각에서는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연말이 되면 회피성 물량이 터져 나올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추진 중인 정부안이 매년 말일을 기준으로 대주주 요건을 확정하기 때문에 12월부터 기업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최근 금융위가 한 차례 연장한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가 주식시장의 급격한 폭락을 막기 위해 고안됐던 만큼 금융시장의 타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대주주 요건 강화가 한국 주식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기가 이르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국민적 반발을 낳고 있지만 3억원 요건이 강행될 여지도 존재한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 많은 반발을 낳았음에도 홍 부총리의 강행 의지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들도 대주주 요건 완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기 때문에 향방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요건이 크게 완화되다 보니 투자자들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 “단순히 과세 범위가 확대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있지만 시장 반발이 거센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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