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제공하던 통계 일부 폐지했다 번복
한국감정원 통계와 '괴리' 논란
외압 논란일자 다시 부활키로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KB국민은행이 최근 공표를 중단했던 부동산 통계 자료인 '매매·전세거래지수'를 다시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가 민간 통계를 통제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논란이 되자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중단했던 '매매·전세 거래지수' 부동산 통계 자료를 26일 오후부터 다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2003년부터 17년간 매주 발표해오던 '매매·전세거래지수' 통계 제공을 지난 19일 중단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매주 새로운 자료가 나오는 가장 대표적인 기관 두 곳은 정부 산하에 있는 한국감정원과 민간기관인 KB국민은행이지만 두 통계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이 제공해왔던 '매매·전세거래지수'는 전국 약 4000명의 공인중개사가 해당 주의 거래 정도를 판단해 지수화하는 통계다. 매주 월요일에 조사해 금요일에 발표되는데 중개업소 모니터링을 통해 '매도자와 매수자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지', '매매·전세수요에 비해 공급이 얼마나 되는 지'를 알려준다. 매주 부동산 현장에서 새로운 자료를 얻기 때문에 비교적 거래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 지수는 0~200 사이로 100을 기준으로 100이면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룬 상태며 200에 가까워질수록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0에 가까워질수록 수요는 적고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 12일 기준 전국의 전세수급지수가 191.1로 집계돼 조사가 시작된 2003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는 현장에서의 전세난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셈이 됐고 최근 '전세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정부 설명을 정면으로 반박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해당 통계가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6일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한국감정원이 제공하는 부동산 통계와 KB부동산이 제공하는 통계 수치의 차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야당의원들은 "한국감정원에서 생산하는 정부승인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도, 정부가 제 입맛에 맞는 통계만 맹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정부로서는 통계청의 공식 통계를 말씀드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며 "정부가 정기적으로 통계 품질 관리를 하고 있지만, 이외에도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러는 와중에 KB국민은행은 돌연 '매매·전세거래지수' 제공을 중단했고 일각에서 통계가 갑자기 사라진 것을 두고 KB국민은행 측이 정부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통계 제공 중단 사실이 알려진 후 '정부가 외압을 가한 것 아니냐' 등의 여론이 커지자 해당 논란에 부담을 느낀 듯 KB국민은행은 '매매·전세거래지수' 자료를 다시 제공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 19일 이후 중단했던 자료를 26일 오후부터 다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결정은 다양한 분야에서 해당 통계 지수를 원하는 분들의 수요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언론 및 통계 이용자분들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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