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부문 성장 힘입어 역대 최대 호실적 달성
깜짝 실적에 '배당 확대' 카드 만지작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위쪽)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아래쪽).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우려됐던 금융회사들이 우려와 달리 의외의 호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수익성은 떨어졌으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따른 비은행 계열사들의 활약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냈다.

또한, 업계 1·2위를 놓고 다투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함께 금융지주 최초 분기 당기순이익 1조원 시대를 열면서 이들의 실적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약 200억원 앞섰지만 올해 누적 당기순이익은 신한금융이 KB금융 보다 약 700억원 많다. 

◆신한 vs KB금융, 리딩뱅크 경쟁 치열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3조5927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446억원) 대비 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상환불이행 대비 쌓아놓는 적립금)은 6754억원에서 11.7% 늘어 7542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 속에서 오히려 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1·2위 싸움만 놓고보면 올해 3분기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조1666억원으로 신한금융 1조1447억원보다 219억원 많았다. 국내 금융지주가 분기에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건 2008년 금융지주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누적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이 2조9502억원으로 KB금융 2조8779억원보다 723억원 앞섰다. 신한금융이 간발의 차로 앞섰지만 4분기 실적에 따라 충분히 1, 2등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이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한 것은 올해 상반기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았고 긴축 재정으로 판매관리비를 대폭 줄인 상황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주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기준금리 하락에 따라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면서 핵심 수익원인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졌지만 비은행 부문을 통해 만회했다.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6%에 달했으나 올해 3분기 59%까지 낮아졌다. 신한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81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줄은 반면 비은행 계열사인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등의 계열사 순익은 같은기간 각각 19.9%, 115%, 150.6%, 99.2% 늘었다.

KB금융도 마찬가지다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9.2%에서 올해 3분기 59.7%까지 낮아졌다. KB국민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63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한 반면 KB증권의 3분기 순이익이 20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5.8% 급증하면서 은행에서 감소한 수익을 만회했다.

KB금융은 여기에 더해 지난 9월 푸르덴셜생명이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염가매수차익 1450억원과 9월 한달치 실적 111억원이 반영됐다. 염가매수차익 등 일회성요인을 제거하면 3분기에 신한금융에게 크게 뒤쳐질 수 있었다.

KB금융은 지난 2017년 신한금융이 9년간 지켜오던 1등 자리를 탈환했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차례로 인수한 효과다. 그러나 1년만인 2018년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면서 리딩금융 자리를 내줬다.

◆ 하나금융, 누적 당기순이익 2조1061억원 전년 동기比 3.2%↑... 우리금융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 전망

다른 금융지주들도 올해 코로나발(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 앞서 신한·KB금융의 경우와 같이 증권·캐피탈·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못한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들의 역대급 호실적 속에서 부진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하나금융은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1061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2% 증가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7601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9.15% 감소했지만, 지난해 3분기 옛 외환은행 사옥 매각 이익 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번 실적이 사상 최대 수준이다.

하나금융도 비은행 부분의 약진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줬다. 하나금융투자는 누적 당기순이익 28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2% 성장했다. 하나카드와 하나캐피탈도 각각 129.6%, 65.2% 늘었다.

우리금융의 3분기 47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1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으나 전 분기(1423억원) 급감했던 그룹 실적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계열사 중에 증권사가 없어 사모펀드 및 코로나 사태 관련 비용을 상쇄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캐피탈, 증권, 보험 계열사가 없다. 우리금융의 순이익 가운데 은행업의 비중은 88%다. 이 외에는 신용카드업이 1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인수로 은행 수익 의존도를 점차 줄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연내에 아주캐피탈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깜짝 실적에 '배당 확대' 카드 만지작

한편, 3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한 금융지주들은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배당 확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중간배당을 1년에 1번만 할 수 있게 돼 있는 정관을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최대 4번까지 가능하게끔 변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분기배당을 언제든 실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차원"이라며" 정관변경은 내년 3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해온 하나금융은 분기배당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분기배당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7월에도 올해 첫 중간 배당(500원)을 실시했다. 하나금융은 2005년 지주사 출범 이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빼고 매년 중간배당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국내 금융주가를 볼 때 (분기배당이) 가치가 있다고는 보고 있다"면서도 "대외경제환경의 다양한 변수가 남아 있어서 빠른 시일 내 분기배당이 쉽지 않을 걸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종료 이후 타사의 경우처럼 정관 변경 등 내부절차 실시를 심각하게 고려해보고 경영진, 이사회와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KB금융도 배당 확대 논의에 긍정적이다. KB금융은 정관에 분기배당이 가능하다고 명시됐지만 실제로 실시한 경우는 없다.

지난 22일 KB금융지주 실적발표 뒤에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김기환 KB금융 부사장(CFO)은 "KB금융도 정관에 분기배당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며 "구체적인 방침을 정한 것은 없지만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 은행의 배당성향은 20% 중반 수준으로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낮다"며 "배당성향을 3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금융지주들이 적극적으로 배당 확대에 나선건 낮은 주가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올 초 대비 10∼30% 정도 떨어진 상태다. 신한금융은 올해 초 4만3450원이었던 주가가 3만1500원(10월 28일 종가 기준)까지 떨어져있다. 이와 함께,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면서 주주들의 배당 요구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의 배당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본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비하라는 취지다. 또한 국내 금융지주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배당금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26일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향후 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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