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등 여전한 사법 리스크 변수로
급변 시장환경·상속문제 등 극복 과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28일 오전 서울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강당에서 비공개로 열린 가운데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28일 이뤄진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유족들을 이끌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앞장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한국 경제의 ‘거목’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0월 25일 오전 타계했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이제 삼성은 명실상부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넘어간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면, 이제 이 부회장은 삼성의 초격차 우위를 다지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에겐 지배구조 개편부터 사법리스크까지 대내외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삼성 앞에는 초일류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후발 주자들의 강한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열강들이 무역 갈등을 빚고 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돼 삼성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10월 28일 이건희 회장의 장례를 마친 이재용 부회장은 당분간 두 건의 재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의 공판기일이 11월 9일로 잡혀 있다. 이날은 이재용 부회장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파기환송심의 재판을 연내 서둘러 마치려는 분위기여서 이 부회장은 연말까지는 이 재판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내년 1월부터는 경영권 불법 승계와 관련한 재판도 본격화한다. 사법리스크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되는 셈이다. 재판에 대비하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도약을 위한 글로벌 경영 활동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네덜란드와 베트남을 다녀오며 해외 출장을 재개한 이 부회장은 앞으로도 일본이나 중국, 미국 등 다양한 나라를 돌며 현장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일본에는 게이오기주쿠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이 부회장의 친구들과 반도체 소재 기업 등 사업상 지인들이 많아 자주 왕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월 초쯤에는 정기 인사도 단행해야 한다. 고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손을 뗀 지 이미 6년이 넘은 상황이어서 올해 특별히 파격적인 인사는 없을 것이라는 게 일단 삼성 내부 분위기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김기남 DS부문 부회장과 고동진 무선사업부문(IM) 사장, 김현석 CE부문 사장 등 ‘3각 부문장’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소폭의 인사에 그치겠지만 이들 대표이사가 교체될 경우에는 후속 인사까지 다소 큰 폭의 인사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도 올해 삼성전자는 역대급 매출과 영업이익이라는 높은 실적을 거뒀다”며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도 안고 있어서 큰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2017년 ‘삼성의 마지막 회장은 이건희’라고 말했던 이재용 부회장이 공석이 된 회장 자리에 언제 오를 지도 관심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앞으로 고(故) 이건희 회장의 앞선 창의력과 도전정신, 일등주의 등을 계승하면서 이 부회장이 약속한 ‘뉴삼성’을 이끌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병상에 있던 지난 6년여 동안 거대 삼성을 이끌며 후계자로서,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총수로서 충분한 자질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유고에도 삼성이 흔들릴 가능성은 적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대변혁기를 맞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확대나 유망 기업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의 핵심인 반도체에서 메모리 부문 세계 2위였던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부문 인수해 1위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고,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삼성을 따돌리고 점유율 격차를 더 벌려가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삼성이 메모리뿐만 아니라 2030년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과 5G와 6G 등 차세대 이동통신, 자동차용 전장사업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기존 먹거리였던 반도체 외에 고사양 반도체, AI(인공지능), 전장사업 등 역점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대 경영진이 이루지 못했던 부분인 노조나 경영권 문제에서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게 시장의 기대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뉴 삼성’을 선포하며 준법감시위원회 구성 등 도덕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정점(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으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지배구조를 지켜내는 것도 이재용 부회장의 과제다. 앞으로 상속세 등 처분방식에 따라 지배구조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에 11조에 달하는 상속세를 어떻게 정리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