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6만 업계 종사자 생계 위협... 대기업 진출 저지에 총력
소비자들 기존 중고차시장에 불만 컸던 만큼 대기업 시장 진출에 호의적
현대·기아차 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

 

[FE금융경제신문= 최원석 기자] 현대자동차의 중고차시장 진출 공식화에 업계 종사자들, 관련업계 생계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쪽에서 꺼낸 상생방안은 없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기업 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채 현대·기아차와 중고차 매매업계가 공존할 수 있는 상생협약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얄려진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소속 장세명 대구조합장은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대기업 진출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11월 첫째주 중고차 매매업계와 박영선 중기부 장관의 면담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어서 상생협약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할지는 미지수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 진출이 제한됐다. 지난 2016년 한 차례 연장을 거쳐 6년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보호를 받고 지난해 2월 기한이 종료됐다.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5년간 대기업 진출을 막는 ‘생계형 적합업종’ 선정을 추진했지만 같은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부적합 의견을 냈다. 중기부 결정만 남은 상태다. 

정부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현대차와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할 공산이 크다. 소비자들이 기존 중고차시장에 불만이 컸던 만큼 여론은 대기업 시장 진출에 호의적이다. 현대·기아차 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고차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8년 180만건이었던 국내 중고차 거래 규모는 지난해 371만4천건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고차 판매업 매출액 규모는 2016년 7조9천669억원에서 2018년 12조4천217억원으로 늘었다.

성장가능성도 크다. 정비·폐차·광택과 물류·금융분야 등 수익모델이 다양하고 시장이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중고차시장이 신차 시장의 6배 정도 된다”며 “확장가능성이 높은 시장에 참여 의사를 보이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는 중고차 관리를 통해 신차 가치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신차 가격은 중고차 가격이 결정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품질보증·관리를 통해 중고차 가격을 ‘방어’할 수 있게 되면 신차 판매 가격도 끌어올릴 수 있다. 직접 자사 중고차를 관리하고 보증하면 브랜드 전체 이미지가 좋아진다는 판단도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벤츠·BMW 같은 인증 중고차 매매업에 뛰어든 수입차업체는 현대·기아차에 비해 신차 대비 중고차 가격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

문제는 현대·기아차가 국내 신차 시장점유율 7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고차시장 진출은 독점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국내 점유율은 48.4%, 기아차는 33.9%로 현대·기아차 점유율이 80%가 넘었다. 중고차 업계는 대부분 영세업체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판매업 종사자, 일명 딜러들은 국내 4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폐차·광택 같은 주변 업계까지 고려하면 종사자는 6만명 정도다. 이들은 대기업 시장 진출에 따른 물량 독점으로 생계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

상생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주행거리·연식 제한 규정을 두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중고차시장에서는 5년 미만 매물이 핵심인데, 완성차 업계도 5년 미만 연식의 인증 중고차시장을 중심으로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인증 중고차란 연식과 주행거리 등 일정 기준에 맞는 자사 중고차만 가려내 매입한 뒤 소비자에게 되파는 차량이다. 자체적으로 마련한 항목에 따라 직접 차량을 점검하고 판매해 인증이란 단어가 붙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캐나다·러시아·인도 등에서 신차와 함께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연식 5년 미만 차량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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