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내년 1월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열고 공공기관 지정 여부 최종 결정
윤석헌 금감원장, "연락오면 검토"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최근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를 놓고 금융감독원의 감독 실패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금감원의 내년도 공공기관 재지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감원이 금융위원회에 예속돼 있어 독립적인 감독집행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한동안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 기재부, 공공기관 지정 절차 착수 ...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되나?

5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내년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한 절차를 시작한다. 기재부는 관계 부처 의견 청취 등을 거쳐 내년 1월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 1999년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 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통합해 설립됐다. 금융산업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의 수행한다는 점에서 언뜻 금감원을 정부 부처로 오해하기 쉽지만 금감원의 법적 지위는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엄밀히 말하면 민간조직이지만 금융위원회의 예산과 인사에 대한 통제를 받고 수장인 금감원장을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때 실제로는 '반민반관(半民半官)'의 성격을 띄고 있다.

만약 내년에 다시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관리체제에 들어가 더욱 엄격한 예산과 인력 통제를 받는다. 공공기관이 되면 인건비 및 복리 후생비 예산 집행 현황 등을 항목별로 상세하게 공개해야 하고 경영 평가 대상이 돼 경영 실적 등 평가 결과가 저조한 기관에 대해서는 기재부 장관이 기관장 해임까지 요구할 수 있다.

앞서 금감원은 2007년 기타 공공기관에 지정됐지만 감독 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차원에서 2년 뒤인 2009년 해제됐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금융감독 업무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미 한차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됐던 금감원은 2017년 채용 비리가 감사원 감사로 적발되면서 이듬해인 2018년 공공기관 재지정이 검토됐다. 그러나 다음해 1월 ▲채용비리 근절대책 마련 ▲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강화 ▲금융위를 통한 경영평가 ▲감사원 지적사항 수용 등 네가지 조건을 내달고 공공기관 지정이 유예됐다.

하지만 정치권과 관가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재지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이번엔 금감원이 다시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기 힘들어 질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사회적 파장을 감안할 때 이 사태를 제대로 막지 못한 금감원의 감독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에서 나타난 금감원의 감독 부실, 직원 기강 해이 문제를 지적하며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2018년에 네가지 조건부로 유보했다"며 "이 조건들이 이행됐는지 점검해보고 추가로 이번에 라임 사태까지 감안해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라임, 옵티머스 관련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뉴시스)

◆윤석헌 금감원장, "연락오면 검토"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설이 다시 고개를 들자 윤석헌 금감원장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윤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0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사실 그 전에 예정돼 있던 (공공기관 지정 유보) 절차를 잘 따라가고 있다"면서 "최근에 다시 그 얘기가 나왔는데 구체적으로 저희한테 (연락이) 오면 다시 한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을 유예하면서 부여된 이행 조건들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뜻으로 공공기관 재지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교수 출신인 윤 원장은 학자시절부터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을 주장해왔다. 무엇보다 그는 현재 체계는 금감원 예산과 인사 등 권한이 금융위에 예속돼 있다보니 금감원이 독립적으로 감독집행을 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감독집행 역할을 맡고 금융위가 감독정책을 짜는 역할을 맡다 보니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효율적 감독업무를 위해선 감독정책 수립과 집행 권한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게 윤 원장의 주장이다. 

최근에는 국정감사에 참석해 금감원 독립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윤 원장은 "해외의 여러 가지 금융감독 독립성에 관한 문헌들을 보면 제일 먼저 꼽는 것이 예산의 독립"이라며 "그래서 지적한대로 예산 독립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산이나 조직, 인원 등에 있어서 모두 금융위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금감원) 독립 방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발언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윤 원장의 '금감원 독립선언'이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을 높였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금감원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독립성 보장을 꺼냈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융위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논의가 있을 때마다 금감원 편에 섰지만 사모펀드 사건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오히려 독립을 선언한 금감원이 달가울 리 없다. 금융위는 지난 2018년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논의가 있을 때에도 강하게 반대해 금감원 편에 섰다.

반면, 금융위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에 찬성해 봤자 두 기관의 사이만 더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금융위로서는 실익은 없기 때문에 금융위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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