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장녀 "고령인 부친 조 회장 건강 상태 심각" ... 가정법원에 성년후견 심판 청구
부친 조양래 회장 보유 지분 전량 갑작스런 인수... “왜 서둘렀나” 의문?
"성년후견 심판 받아들여지면 조 회장의 결정은 법적 효력 상실할 수도"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파렴치한 범죄 내용에 재계 충격... 재판부 "죄질이 불량하다"
재계 "경영권과 관계없이 CEO리스크 너무 커 향후 조 사장 경영능력 의문"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구 한국타이어) 사장의 재판 기록을 다시 봤다. 파렴치한 범죄 내용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집안 삼남매간 경영권 다툼 소식에 궁금했다. 새삼 충격을 받았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 "대기업 사장이 뒷골목 시정잡배와 다를 바 없다"는 비아냥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기자가 부끄러웠다. 특히, 하청업체 손목을 비틀어 매달 수백만원 씩 비자금을 상납을 받아 유흥업소 여종업원 부친의 차명계좌에 감춰두고 유흥비로 탕진했다는 재판조서 내용에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범죄 내용과 관계없이 조현범 사장은 엄연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최대 주주다.  부친 조양래 회장이 지주사 지분 전량을 차남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 사위인 조 사장에게 모두 넘겼다. 그러나 이 대목이 집안 경영권 다툼이 핵심으로 등장했다. "부친 조 회장이 조 사장의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급하게 지분 전량을 넘겼고, 2남 2녀 자식 중 차남에게만 경영권 지분을 몰아줬다"는 점에서 '삼남매'가 가만히 있을리 없다.

조 사장은 횡령 등 비리혐의로 구속까지 됐었고,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로 한때 그룹 내에서 징계설이 나오는 등 위기에 처했지만 부친 조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순식간에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결국 그룹 지배권을 확보했다. 하룻밤새 상황이 확 바뀌었다.

그러나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형인 조현식 한국타이어 그룹 부회장이 전격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평소 부친의 뜻은 차남 조현범 대표의 후계 승계가 아니었다며 지분 양도가 아버지의 진정한 뜻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동시에 현재 고령인 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심각하다며 가정법원에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성년후견 심판이 받아들여지면 조양래 회장의 결정은 법적 효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큰 딸 조 이사장은 막내 동생인 조현범 사장을 직접 겨냥하며 "징계논의가 시작되는 등 위기에 몰리자 노환중인 아버지를 부추겨 비밀리에 주식을 넘겨받았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장은 "부친 조 회장은 원래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재산도 모두 사회에 환원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런 아버지가 경영권 지분 전체를 차남에게 넘겨주는 결정을 내렸을 까닭이 없다"고 강조한다.

조현범 사장은 납품업체로부터 6억1500만원을 상납받고, 계열사 자금 2억6000만원을 빼돌린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기소돼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결국 지난 6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형 조현식 부회장도 친누나가 미국법인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1억원을 지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혐의 면에서 동생 조현범 대표 보다 부담이 덜하다.

결국 장남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 차남이 경영권 지분을 승계한 모양새다. 더욱이 2심 재판을 앞두고 지분을 확보한 것은 조현범 사장이 많이 급했고, 이번 지분 매입에는 "부친 조 회장 보다 조 사장의 의지가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남인 조 사장이 향후 본인 입지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모 경제전문가는 "부친 조 회장의 분명한 승계 의지가 있었다면 계열사 분리 등 지배구조를 함께 정리했을텐데 전격적으로 서둘러 차남 조 사장이 장외 매수로 가족간 지분 균형을 깬 결과는 가족 간 논의나 합의가 없이 조 사장 개인 의지로 일을 벌인 정황"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 사장의 지분 차이는 미미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지주사 대표이사·부회장을 맡아 그룹 신사업을 책임지고  동생 조현범 사장은 지주사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사장을 맡아 타이어에 집중하는 '형제경영 체제'를 이어왔다. 결국 부친 조 회장의 지주사 지분을 누가 물려 받느냐에 따라 승계구도가 결정되는 구조다. 그런 상항에서 조 사장은 지난 6월 26일 부친 조 회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을 매입했다. 지분이 19.32%에서 42.9%로 단숨에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로써 지분률 구조는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19.32%,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0.83%, 차녀 조희원 씨는 10.82%로 정리됐다.

그러나 지주사 지분율과 관계없이 조현범 사장의 CEO리스크 대한 우려도 크다. 향후 그룹을 리드하는 데 치명적이라는 관측이다. 1심 재판부는 "대기업 임원으로서 을(乙)의 위치에 있는 협력업체에 납품 대가로 뒷돈을 요구했고, 개인적으로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임직원들을 불법으로 내몰았다"고 질타했다. 또 조 사장이 불법자금을 챙기면서 고급주점 여종업원 부친 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것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은익법, 금융실명제 위반혐의도 함께 적용한 바 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반성을 촉구했다.

재계의 관심은 한국타이어 삼남매 경영권 분쟁 여부다. 부친 조 회장이 지분 전량을 차남에게 넘겼지만, 과연 조 사장는 그룹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 향방의 열쇠는 현재 진행 중인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 결과에 크게 좌우된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조 회장이 건강한 상태에서 자의로 주식을 넘겼느냐 여부인데, 법원의 심판결과에 따라 지난 6월경 이뤄진 조양래 회장의 그룹 지분 매각 및 양도 결정의 효력을 따져볼 수 있는 민사소송 청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분 다툼이 원점으로 돌아갈 경우 그룹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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