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탄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입 국가는 영국등 3개국
급물살 탄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입 국가는 영국등 3개국
  • 권경희 기자
  • 승인 2020.11.12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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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산재땐 기업에 5배 손해배상
세계 최고 수준 산안법 처벌 이어
기업인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아
사고 발생해도 中企경영자만 처벌
'예방 뒷전 처벌만능주의'로는 산재 못 줄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노동자가 3명 이상 사망하는 중대 산재사고와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같은 사회적 재해가 발생할 경우 관련 기업의 최고경영자까지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법을 도입한 나라는 영국 등 3개국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민주당이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벼르는 가운데 기업 최고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비롯해 징벌적 벌금과 작업중지 및 영업정지 등을 담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처벌법이 등장하면서 경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안전전문가와 기업이 협업하며 안전 인프라를 강화하는 방법을 찾지 않고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발의한 가운데 제1양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우호적인 입장에서 논의에 참여할 의향을 내비치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처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최고경영자는 처벌받지 않고 현장소장 등 말단 관리자만 처벌받는다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법 제정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상황이다.

하지만 3인 이상 사망사고 발생 시 모두 처벌을 강화하자는 발상은 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해 국가 전체 차원에서 운영하는 나라는 영국 하나뿐이고,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호주 캐피털시티 일부 지역에만 도입돼 있는 실정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이처럼 극히 일부 국가나 지역에서만 도입된 것은 처벌의 실효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사고는 일반적으로 사고 이전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책임소재가 매우 복잡하다. 법인에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최고경영자를 처벌하려면 ‘안전투자 반대’나 ‘작업강행 지시’ 등 안전투자 불이행을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한 영국에서도 처벌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클 수록 최고경영자가 교체되는 등 변수가 많아 입증이 더 어렵게 돼 결국은 처벌 건수가 많지도 않고 중소기업만 처벌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재계는 연초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조차 처벌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옥상옥 처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안법 기준상 사업주에게는 일본과 미국·영국에 비해 14배 이상의 징역 기간과 최대 18배 이상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럼에도 올해 1월 산안법이 전면 개정된 후 6개월 동안 사망자 수는 전년동기 대비 5명, 사고재해자 수는 3.5% 늘어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재해에 대한 규제가 우리보다 덜한 해외 국가들의 산재 감소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75%로 대폭 줄이는 데 성공한 가운데 그 배경으로 예방 중심의 전략이 꼽힌다. 추락방지 조치와 작업지침을 개발해 예방에 주력해온 덕분이다. 이에 10만명당 산재사망자 수는 2004년 4.9명에서 2018년에 1.2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국회가 산업현장의 중대 재해를 줄이기 위해 법안을 강화하는 것보다 예방 중심으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법 감정에 편승해 무작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하기 보다는 산안법 등 기존의 안전관련법과의 충돌이나 조화문제, 책임자 및 중대재해 범위, 예방책임과 중대재해 결과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이나 반증 기준 등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제정안은 중대재해를 저지른 경영책임자와 법인에 대해서는 징역 또는 징벌적 벌금형을 내리도록 하되, ‘하한선’을 두기로 했다. 징벌적 벌금은 전년도 연 매출액 또는 수입액의 10분의 1 범위 내에서 책정하도록 했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체에 대해선 적용을 유예키로 했다. 정의당안은 사고가 많은 50인 미만 사업체에 대한 법 적용 유예에 반대하고 있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권경희 기자  editor@f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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