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임기 만료 앞둔 금융권 수장들 … 교체대상도 죄다 관 출신들
정권 교체 되기 전엔 고친다던 약속 ‘무위’ … 민간출신 일 한계 커 관 선호 못 바꿔

사진설명 - 금융권 협회 및 유관기관 현직 수장 및 하마평 거론되는 후보
사진설명 - 금융권 협회 및 유관기관 현직 수장 및 하마평 거론되는 후보들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 중으로 금융권 수장들 임기가 끝나면서 차기 수장들이 연일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다만 문재인 행정부 초반 강조했던 관 출신 인사배제 약속을 깨고 다시 관 출신 인사가 장악한단 비판과 민간출신은 일을 못한다는 평이 동시에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 줄줄이 임기 만료 앞둔 금융권 수장들 … 교체대상도 죄다 관 출신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기가 곧 끝나가는 현직 금융권 협회장 및 유관기관 수장에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 합성어) 출신들 바람이 다시 거세게 불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설명 - 금융권 협회 및 유관기관 현직 수장 임기 및 하마평 거론되는 후보 출신 내역
사진설명 - 금융권 협회 및 유관기관 현직 수장 임기 및 하마평 거론되는 후보 출신 내역

현재 5대 금융협회 내 관 출신인사들은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행시 15회),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행시 25회),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행시 26회)으로 총 3명이 행시 출신이다. 그나마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이 교보생명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농협중앙회로 민간출신들이다.

은행 유관기관의 경우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행시 17회), 윤종원 기업은행장(행시 27회), 문성유 자산관리공사 사장(행시 33회),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행시 34회) 등 전원 행시 출신들이다.

보험 유관기관은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행시 17회),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행시 32회)로 2명만 행시출신이며 서울보증보험만 내부 출신인 김상택 사장이 자리를 앉아있다.

끝으로 증권 유관기관은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행시 27회)은 재무부 출신이며, 연초 취임한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행시 33회)은 금융위원회 출신, 정완규 한국증권금융 사장(행시 34회)도 모피아 출신이다.

이렇듯 전체 금융권 협회 및 유관기관 자리는 15곳 중 3곳만 민간출신이 자리하고 있고 나머지 12곳은 관 출신들이 수장자리를 차지했다.

문제는 그나마 민간 출신이 차지한 자리도 임기가 조만간 끝나가자 차기 하마평 거론 된 인물들은 관 출신만 오르내린다는 사실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으로 수장의 임기가 끝나는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서울보증보험, 한국거래소, 한국증권금융 등 총 6곳인데 이 중 한국증권금융을 제외한 5곳 모두 모피아 수장이 새로 내정됐거나 하마평으로 이름을 올렸다.

먼저 손해보험협회는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행시 27회)이 내정됐고 서울보증보험은 유광열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행시 29회)가 내정됐다. 생명보험협회는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행시 28회)과 정희수 현 보험연수원장(前 새누리당 의원)이 은행연합회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행시 24회)이 거론되고 있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경우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행시 33회), 민병두 전 정무위원장(前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사(행시 28회) 이름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차기 수장 선출 작업 중에 거론되는 인사들이 내정되면 사실상 15곳 모든 금융권 협회 및 유관기관 내 수장들이 전부 관 출신만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 文, 정권교체前 고친다던 관행 못 바꿔 … 금융사 “현실적 민간이 관 출신보다 일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 금융권 양대 노조를 만나 앞으로 관 출신보단 민간 출신 인사들을 기용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약속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철저하게 무너진 경우가 더 많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지원 한국거래소 전 이사장이다. 이미 박근혜 행정부에서도 한국증권금융 사장으로 기용 된 이 인물은 당시에도 거센 낙하산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문재인 행정부에서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기용됐다가 이젠 손해보험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은 애초에 손해보험협회장으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행시기수로 1기수 선배인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손해보험협회장으로 내정되자 이젠 생명보험협회장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물론 문재인 행정부만 모피아가 금융권 내 낙하산 인사를 방치한 건 아니다. 박근혜 행정부 당시 세월호 사건 직후에 급격하게 모피아 및 관피아에 대한 비난이 커져 한때나마 민간 출신을 기용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실행에 못 옮기고 탄핵으로 물러나는 그 순간까지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 욕을 먹었다.

그나마 문재인 행정부 내에서 민간 출신인사들에 대한 기용 목소리가 커져 임기 초중반 몇몇 내부 인사 승진으로 채웠지만 그마저도 임기 말이 되니 도로 관 출신들이 차지하는 것을 보게 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다만 모피아 출신 수장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는 게 금융업계 중론이다. 어차피 당국이 방패이라면 관 출신들은 창 역할도 잘 수행하는 탓이다. 이는 국회·정부·금융 감독당국까지 넓은 인적네트워크가 구축 돼 회원사나 기관 목소리도 잘 전달해서다.

실제로 김용덕 손보협회장, 김주현 여신협회장, 박재식 중앙회장은 민간 출신이었던 전 회장들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가 다수를 차지한다.

김용덕 손보협회장의 경우 보험사기에 따른 보험금 누수 문제에 주목해 조직개편과 자동차보험료 인상 등 업계 숙원들을 해결해줬고 김주현 여신협회장 카드사 숙원 사업이었던 레버리지 한도 배율을 기존 6배에서 8배로 확대했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도 M&A 규제, TV광고 규제 완화를 이끌고 예금보험료 인하도 추진 중이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민간과 관 출신 모두 겪어보니 확실히 관 출신의 기획력 및 추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 한다”며 “금융업이 규제사업이다 보니 금융당국 눈치를 봐야 하는데 관 출신들이 해결사를 자처해 가려운 등을 긁어주니 이들을 모피아나 관 출신이라고 거부하는 건 편견”이라고 답했다.

이어 “민간출신도 내부를 잘 알아 소통을 잘 하고 업무를 이슈화하는 것까진 좋지만 아무래도 인적네트워크에 한계가 크다”며 “금융당국에선 관 출신보단 민간이 다루기 쉬워 민간출신을 원하나 민간 입장에선 관 출신이 와줬으면 하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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