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8000억원 투입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본격화
여객 10위·화물 3위·통합 운송량 7위 수준 초대형 항공사 탄생 전망
KCGI "모든 수단 동원 저지" ... 아시아나 인수 공방 예고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한진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는다. 한진그룹이 KDB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을 지원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자회사인 대한항공과 통합하는 시나리오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데 현실화될 경우 세계 7위 규모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산은 8000억원 투입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본격화

산은은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추진을 위해 한진칼과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1,2위 국적항공사 간 통합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먼저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필요한 재원 8000억원을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투입한다. 5000억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3000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2조5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한진칼을 산은으로부터 받은 8000억원을 사용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7300억원을 투입한다.

이렇게 마련된 인수대금으로 대한항공은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신주와 영구채 3000억원을 인수한다. 주식 취득 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가 돼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최종 인수하면 결과적으로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이후 두 국적항공사는 통합 과정을 거쳐 글로벌 거대 항공사로 재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산은은 "양대 항공사 통합 추진의 배경에는 글로벌 항공산업 경쟁 심화 및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 구조재편 등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노력 없이는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국내 국적항공사의 경영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지난 20년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국가, 항공사 규모를 불문하고 규모의 경제를 도모코자 항공사 통폐합이 활발히 진행됐다"고 밝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 기준 대한항공 19위, 아시아나항공 29위로,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하면 세계 7위권으로 순위가 상승한다. 국제 여객 RPK(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것) 기준으로는 대한항공 18위·아시아나항공 32위로, 두 회사를 합치면 10위인 아메리칸항공과 비슷해진다. 국제 여객 수송 기준으로는 대한항공이 19위, 아시아나항공이 36위, 합치면 10위가 된다. 국제 화물 수송 기준으로는 대한항공 5위, 아시아나항공 23위로 캐세이퍼시픽을 제치고 3위에 오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도 단계적 통합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항공기 7대를 보유하고 노선이 많지 않은 에어서울은 자연스럽게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에 흡수된고 에어부산의 경우 별도의 재매각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항공업계 재편이라는 기조 아래 대한항공에 함께 매각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산은은 "LCC 3개사(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가 통합하면 중복 노선 조정, 스케줄 다양화 등 운용 효율성 및 소비자 효용 증대 도모가 예상된다"며 "지방 공항발 국제노선, 심야 시간대 스케줄 개발 등 노선 스케줄 조정을 통해 지방 공항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자료=KDB산업은행 제공)
(자료=KDB산업은행 제공)

◆KCGI,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산은의 밀실야합" ... KCGI 반대 복병될까

한편,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산은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대는 방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 향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걸림돌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KCGI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산은의 한진칼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산은의 밀실야합"이라면서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함께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을 결성해 조원태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산은의 개입으로 인해 그간 어렵게 늘려온 지분율 강세가 무너지게 될 위기에 놓이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산은이 5000억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인해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 지분 10% 안팎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산은이 특정 대주주에 편향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지만 한진그룹 총수인 조원태 회장 측의 우호지분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고 KCGI 측은 과반 지분 확보를 코앞에 두고 경영권을 쥘 기회가 사실상 멀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KCGI 등 주주연합의 우호 지분율은 46.71%로 과반에 근접한 상태지만 유상증자 후에는 이보다 낮아지게 된다. 현재 조원태 회장 우호 지분은 조원태(6.52%), 조현민(6.47%), 이명희(5.31%), 재단과 친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4.90%) 등 약 41.34%로 산은이 유상증자 참여로 보유하게 된 한진칼 지분이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작용하면 지분율이 KCGI 등 주주연합을 앞선다.

KCGI는 "주주 전체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실권이 생기면 산업은행에 배정하는 방식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며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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