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약 208만명 연간 4830억원의 이자경감 혜택 예상
취약계층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 수도... 찬반 '팽팽'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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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정부와 여당이 현행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내년 하반기부터 20%로 내리기로 하면서 이를 두고 찬반논란이 거세다. 당정은 최고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서민층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반면 한편에서는 금융축소로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모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한다.

◆법정 최고금리 현행 24%에서 20%로 내리면 서민층 4830억원 이자경감 예상

18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현행 24%인 법정 최고금리가 내년 7월부터 20%로 4%포인트 낮아진다.  앞서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당·정협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논의·확정했다. 

대부업법상 금융권 최고금리는 2002년 10월 66%로 규정된 뒤 6차례 인하를 거쳐 2018년 2월 24%까지 낮아졌다. 개인간 대출금리 상한선을 제한하는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는 2007년 6월 30%로 시작해 2014년 4월 25%로 낮아졌고 2018년 2월에는 최고금리 일원화 방침에 따라 대부업법상 최고금리와 동일하게 맞춰졌다.

이번 당정협의로 지난 2018년 2월 법정 최고금리를 24%로 인하한 데 이어 3년 만에 추가 인하를 결정한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추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지난 2017년 이를 국정 과제로 선정했다.

정부와 여당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민과 취약계층의 이자부담 경감 차원에서 최고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금처럼 저금리 상태에서도 최고금리를 24%로 두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힘겨운 서민과 취약계층은 여전히 고금리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하면 20%가 넘는 대출상품을 이용하던 239만명 중 208만명이 연간 4830억원의 이자경감 혜택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정부와 여당의 결정에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인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대다수는 최고이자율이 20% 이하이지만 한국만큼은 유독 다른 주요 국가에 비해 최고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왔고, 그에 따른 부담은 저소득 채무자들이 감당해야만 했다"면서 "서민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최고금리 인하를 결정한 만큼, 해당 근거 규정이 조속히 마련돼 시행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SNS에 “살인적 고금리를 4%포인트 낮춘 것만도 큰 진전이며 환영할 일”이라며 "성장률 10%대 박정희 시대에도 최고 금리는 25%였는데 0%대 성장 시대에 성장률의 20배가 넘는 24%나 20%까지 허용하는 것은 문명국가를 의심케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법정) 최고금리는 10%도 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지난 8월 최고금리를 10%로 낮춰달라고 건의하는 편지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내는 등 이자 제한 입법에 공을 들여왔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 법정 최고금리 인하 … "득보다 실이 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서민 이자부담을 덜어주려다 대출문턱을 높여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단행할 때마다 매번 이에 따른 부작용이 있었다. 대부업체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저신용자 대상 대부업체 대출은 개점휴업에 들어갔고 이는 대출문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연체 등 부실 위험이 큰데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 역마진을 우려 저신용자 대상 대출 자체를 줄이기 때문이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연 20% 아래로 내려가면 역마진의 우려가 커진다"며 "사업을 철수하거나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업체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대부업체의 대출승인율은 2017년 16.1%에서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된 후인 2019년에는 11.8%로 떨어졌다. 

문제는 대부업체를 대출승인율이 낮아지면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연구원이 올해 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1.4%가 대부업체에서 대출 거절시 불법사금융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정부도 이같은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다. 금융위는 이번 당정협의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4%포인트 낮아지면 민감금융의 축소로 약 4만명이 불법사금융 이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는 이러한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저신용자 대상으로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공급을 연간 2700억원 이상 확대하고 취약·연체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신용회복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 결론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는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할 때 서민들의 이자절감 편익과 그에 따른 부작용의 비용을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며 "금리 20% 안에서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혜택을 보겠지만 합법적인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거절되는 저신용자들의 고통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매번 법정 최고금리를 낮출 때마다 취약계층의 불법 사금융에 대한 피해를 근절하겠다고 정부가 항상 다짐했지만 이를 완전히 뿌리 뽑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을 늘려도 전체에게 다 돌아갈 수 없다"며 "차라리 조금 높은 금리라도 합법적인 대부업체를 이용하게 하는 정책이 취약계층에게 덜 고통스러 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최고금리를 기존보다 4%포인트 낮췄을 때 대부업체 이용자의 이자 감소액은 연간 최소 1110억원에서 최대 1560억원으로 추정한 반면, 대부업체에서 퇴출되는 저신용자의 부담액은 연간 최소 5205억원에서 최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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