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창립 이래 가장 큰 위기 … 유통·식품·음료·화학·호텔 등 핵심 사업 줄줄이 무너져
신 회장이 2년간 3조원 투자, 야심차게 출발한 ‘롯데온’은 대표적 경영실패작 평가
유통업이 주력인 롯데그룹, 고객 통해 성장했다 … “고객의 마음 잊지 않는 경영 펼쳐야”
직원들 만족도와 로열티 낮고 충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소비자 자존감 살리고 만족시키는 ‘소프트웨어와 디테일’의 롯데가 발전의 열쇠

[FE금융경제신문 = 김용오 편집인]  롯데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지금 최근 5년간 창립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빠졌다. 지난 몇 년새 ‘신동빈- 신동주’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시작으로 국정농단 재판·사드·면세점 비리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줄줄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형제의 난’을 계기로 사실상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복잡한 지배구조가 드러났고 유통·식품·음료·화학·호텔 등 핵심 사업 줄줄이 무너졌다. 그룹 매출은 제자리 걸음이다.

특히 신 회장이 2년간 3조원을 투자해 준비하고 큰소리 치며 출발했던 ‘롯데온’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롯데온에 대한 신 회장은 야심은 컸다. 자신만만했다. 롯데쇼핑은 신동빈 회장의 지휘 아래 이커머스사업부를 신설한 뒤 롯데쇼핑은 롯데온을 통해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롯데온 지난 4월 28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쇼핑, 롯데닷컴, 하이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7개 계열사가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을 한번에 로그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앱으로 첫 선을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상반기 코로나19 사태속에 전체 온라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도 롯데온은 뒷걸음질 쳤다. 2분기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17.7% 성장했지만 롯데쇼핑 온라인 성장률은 1.2%에 그쳤다. 온라인시장 전문가들은 롯데온에 대해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 미숙한 앱운영에 평점은 바닥권이고, 계열사간 온라인몰 통합 실패했으며,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시쳇말로 롯데그룹은 되는 일이 없다. 신동빈 회장은 연일 위기의식 강조한다. 26일 단행될 임원인사에서 ‘대폭적인 물갈이’를 통해 위기탈출구를 찾는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당연하다. 뭐라해도 어느 기업이든 ‘人事가 만사’다. ‘리더의 맨탈리티, 능력이 조직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상층부 리더를 바꾸고 지휘부를 교체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실상  중요한 내부 리모델링도 시급하다. 롯데그룹의 위기 원인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거창하지 않은,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소한 부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하드웨어는 빵빵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부실하다면 제대로 뭐가 돌아가겠는가?

신세계, 현대, 롯데백화점 소위 ‘빅3 백화점’ 중 롯데백화점은 꼴찌다. 단순 서열 문제가 아니다. 총매출, 순이익 등 경영지표 상 나타나는 성적표 보다 브랜드 이미지, 고객의 느낌, 평가가 더 실질적으로 중요하다. 솔직해지자. 롯데백화점은 고객들로부터 신세계, 현대백화점 보다 모든 면에서 뒤떨어지는 허접한 삼류백화점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되어 있다는 게 위험 신호다. 롯데쇼핑 직원들도 인정한다.

유통업계 모 관계자가 말한다. “롯데백화점은 지하 푸드코너 부터 각층 매장 전체 인테리어 수준이 신세계, 현대백화점 보다 뒤떨어진다. 촌스럽다. 싸구려 냄새가 난다. 고객의 수준도 다르다. 무엇이 문제일까”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물론 주로 주관적인 평가 부분이 많기에 일반화시키기 힘들지만 고객들 대부분이 인정하는 문제다. 나와 우리 가족부터 퀄리티 있는 쇼핑 계획이 있으면 신세계나 현대백화점으로 간다.

“고객은 항상 옳다”는 말이 있다. 롯데백화점 등을 찾는 고객들은 롯데그룹 형제간 싸움이나 지배구조 문제 등에는 관심도 별로 없다. 그런 것들은 일반 고객들이 롯데쇼핑을 선택하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다. 유통업이 주력인 롯데그룹, 롯데쇼핑은 고객을 통해 성장해 오늘에 이르렀다. 롯데그룹의 바탕에는 지금도 찾아주는 소비자의 마음에 있다. 고객이 롯데백화점을 왜 방문하는가?  이런 점에 귀기울이고 소프트웨어를 전향적으로 고쳐야 고객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 이게 롯데그룹 위기탈출의 첫걸음이라고 본다.

또 하나 핵심포인트. 롯데그룹, 롯데백화점에 대한 위기신호음은 직원들의 사기 문제에서 나온다고 볼 수도 있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대기업 직원들간에서 롯데그룹의 경직된 기업문화는 상당히 유별나다는 얘기가 있다. SK그룹 기업문화와는 하늘과 땅 차이이고, 군대식이라는 말까지 듣는 현대차그룹, 조직과 효율의 삼성그룹, 인화의 LG그룹 등과도 비교하기 힘들다는 게 재계 모 인사의 평가다.

심지어는 롯데그룹 유통계열사 직원, 간부들의 협력업체. 대리점 등에 대한 갑질이 유난히 심한 까닭이 재계 서열 5위인 대기업 롯데그룹의 직원들 연봉이 그룹사 중 최하위인데다가 급여체계가 상당히 야박하기 때문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소리까지 나온다. 이렇듯 직원들의 만족도와 로열티가 낮고 이에 따라 충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외면하고 작금의 롯데그룹 위기탈출을 논하는 것에서 과연 올바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롯데그룹 모 계열사 직원은 다른 그룹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노동환경, 조건 등으로 ‘직무만족도’와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등 “고인 물처럼 썩어가는 상태”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재계 모 관계자는 “재계 서열 5위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운영은 마치 구멍가게 하듯이 한다”는 평가를 한다. 공룡처럼 커진 그룹 몸집과 반대로 실제로 거기에 맞는 소프트웨어적인 운영이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요즘 신 회장의 표정은 심각하다. 연일  위기를 강조하며 그룹 사업 전략을 재점검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5월 한국으로 돌아와 주요 유통 사업장, 시그니엘 부산 개관식,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등 그룹 주요 현장을 직접 살펴보며 현안을 챙겼다. 이어 지난 8월에는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의 퇴진 등을 포함한 긴급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1차적으로 그룹 쇄신을 꾀했다. 당시 인사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의 대표이사는 신동빈·송용덕·이동우 삼각 체제로 변화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신동빈 회장 “원톱체제”가 돼 신 회장이 직접 그룹 현안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달 중 사업부문(BU)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다. 인사 시기를 예년보다 한 달여 앞당겼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별세 이후 첫 정기 인사인 만큼, 신 회장의 색깔이 선명히 드러날 전망이다. 전 사업 부문에 걸쳐 파격 인사가 예상된다. 8월에 이은 후속인사 역시 그룹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수 있는 젊은 인력엔진으로 새롭게 꾸미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과연 롯데그룹은 어떻게 위기를 탈출할 것인가? 사람과 자리만 바뀌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직원이 만족해야 고객이 만족한다”는 조언과 ‘소프트웨어와 디테일’의 롯데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모 마케팅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신 회장은 새삼 다짐해야 한다. “소비자는 항상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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