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째 기준금리 동결 택해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 지속
내년까지 현 수준 유지 전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한국은행)

[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50%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한은은 2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0.50%인 기준금리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예상되자 연초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3, 5월 두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인하를 단행해 연 0.50%로 낮췄다. 기준금리 연 0.50%는 역대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로 이후 한은이 6개월째 기준금리 동결을 택하면서 이 당시 기준금리 수준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한은은 7·8·10월과 이번에 열린 금통위 회의까지 총 네 번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택했다.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유지 배경에는 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된 금융시장과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 논란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추가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현재 기준금리가 실질적으로 금리 인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하한선인 실효하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고려된 결정으로 보인다.

실효하한은 비(非)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금리를 0%로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하한선이다. 즉 실효하한 밑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경기부양 등의 긍적적인 효과보다 외국인 자금이탈, 환율 불안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는 연 0.00∼0.25%로 우리나라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0.25∼0.5%포인트다. 만약 한은이 0.25%포인트 추가인하를 단행한다면 미국과의 금리차가 사실상 없어지는데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미 한은의 금리 추가인하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리기도 쉽지 않지만 올리기는 더 어렵다.

일각에서는 저금리 기조가 자산시장 버블과 가계부채 증가세 등 부작용만 키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변수가 남아있고 확실한 경기 회복 시그널이 없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한은은 장기적으로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데 저금리 기조가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 버블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키우더라도 섣부른 금리 인상 카드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를 큰 폭으로 낮추면서 실물경제가 더 악화될 수 있는 것을 방지했다고 생각한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있었고 앞으로도 완화적 기조를 끌고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한은의 이번 결정은 시장의 예상과도 부합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앞두고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 3차 확산 등까지 고려해 금통위가 경기 방어 차원에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고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업계 종사자 98명 중 96명(98%)이 이달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최소한 내년 하반기까지는 연 0.50%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 Fed가 2023년까지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조금 빨리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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