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CGI가 한진칼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산은, "법원 결정 환영" ... 2일부터 한진칼에 자금투입 개시
노조반발, 기업결합 심사 등 과제 남아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법원 문턱을 넘으면서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항공산업 개편을 주도하는 산업은행은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차질 없이 두 국적항공사의 통합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이승련 부장판사)는 이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 KCGI 산하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18일 산은의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발해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KCGI 입장에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식에 따른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강화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한진칼의 현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산은과 한진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결정에 따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첫 난관을 넘게 됐다. 가처분 인용은 곧 양대 항공사 통합 무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전에서 산은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하고, 이 중 5000억원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투입하기로 했다.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산은이 참여해 5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첫 관문이었다. 이후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한진칼 참여 등을 거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영구채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결국 산은이 투입한 자금을 기반으로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지배 구조가 완성되는 셈이다.

만약 법원이 KCGI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면 산은의 자금 투입이 무산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자금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되는 처지에 놓인다.

산은은 법원에 결정을 환영하며 안도감 속에  두 국적항공사의 차질 없는 통합작업을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산은은 예정대로 2일 한진칼 보통주 5000억원어치를 사들이고 3일엔 대한항공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교환사채 3000억원 어치도 매입해 자금투입에 나선다.

산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KCGI측이 신청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가처분이 기각됨에 따라,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며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재도약을 대비한 이번 항공산업 구조 개편 방안 추진에 큰 탄력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KCGI는 그간 주장해 온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 하고 경영권 분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그리고 항공업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힘을 보탤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단 법원의 결정으로 한숨 돌리게 됐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앞두고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노조의 반발,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 등이다.

우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두 항공사가 인력 구조조정을 이유로 통합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노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등 양사 4개 노조로 구성된 이번 인수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산은은 지난 27일 만나서 고용문제에 대해 논의하자며 아시아나항공 노조에게 공개대화를 요청한 상태다. 

이 밖에 양사 통합에 대해 국내외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정부 주도 합병인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대한항공이 내년 6월께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면 공정위는 독과점 가능성, 아시아나항공 회생 불가능성 등을 검토해 7월께 결론을 낼 전망이다.

이 밖에 전세계 영공과 공항을 오가는 항공업 특성상 해외 규제당국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외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지난 20년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항공사 통폐합이 활발히 진행돼 대부분의 국가가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로 재편된 만큼 해외 규제당국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불허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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