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스토리 추진 가속화…염용섭 소장도 사장 승진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거버넌스위원회 신설…조대식 의장 첫 3연임

박정호 SK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FE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SK그룹이 2021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SK그룹은 대표이사급 인사는 최소화해 안정을 추구하는 한편, 1974년생 최고 경영자(CEO)를 탄생시키고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관련 조직을 신설할는 등 파격과 혁신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SK그룹은 3일 오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관계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최종 협의했다고 밝혔다. SK그룹측은 “각 회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기반으로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쌓는, 이른바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SK E&S 추형욱 대표이사 사장
SK E&S 추형욱 대표이사 사장

 

이날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추형욱 SK주식회사 투자1센터장의 SK E&S 사장 선임이다. 그는 유정준 부회장과 함께 SK E&S 공동대표를 맡게 된다. 1974년생인 추 신임 사장은 소재 및 에너지 사업 확장 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 사장은 임원에 선임된 지 만 3년만에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됐는데, 연공과 무관하게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SK의 인사 철학이 반영되었다는 평가다. SK그룹은 지난해 임원관리제도 혁신을 통해 상무, 전무 등 임원 직급을 폐지하는 등 임원관리제도를 혁신한 바 있다.

추 신임 사장은 2010년 SK그룹이 LNG 사업을 처음 기획할 당시 주축 멤버 중 하나다. 당시 SK그룹의 에너지 사업은 석유·화학 중심이었다. 국내 민간 시장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LNG 사업을 처음 발의하여 가스전 투자·LNG터미널 확보·발전소 건립·중국 투자 등을 주도했다. 또 미국 셰일가스 채집, 운송, 가공사업인 G&P(Gathering & Processing) 사업을 주도하면서 그룹 내에서 에너지 비즈 전문가이자 M&A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전기차 밧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인 동박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동박 회사인 왓슨(Wason)과 KCFT (현 SK넥실리스) 인수를 추진하여 동박 사업을 SK의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육성시킨 주역이다.

그는 또 SK그룹이 지난 1일 출범시킨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 사업 추진단’의 단장도 함께 맡을 예정이다. 수소사업추진단은 SK그룹 핵심 역량을 결집해 수소 사업 추진 전략을 실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인사에 대해 SK 안팎에서는 추 신임 사장이 수소와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두루 아우르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SK E&S를 성장시키기 위한 중책을 맡은 것으로 전망했다.

올 한해 치열하게 논의해 온 파이낸셜 스토리를 각 사가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게 되는데,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두 명의 부회장 승진을 비롯한 사장단 인사가 이뤄졌다. 우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하게 되었다. ICT 전문가인 박정호 부회장과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의 시너지가 주목된다.

SK E&S 유정준 대표이사 부회장
SK E&S 유정준 대표이사 부회장

 

다음으로 유정준 SK E&S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유 부회장은 업계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 성장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이끌게 된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도 이날 사장으로 승진했다. 염 사장은 지난 2017년부터 경영경제연구소를 이끌어 오며, 행복경영, 딥 체인지 등 SK의 최근 변화에 밑거름 역할을 해왔다는 평이다. 염 사장은 앞으로도 ESG 등 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과제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계열사 CEO들로 구성된 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변화가 있다. 우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관계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더불어, 기존 에너지·화학위원회를 없애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하여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환경 관련 어젠다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다. 이 외에도 바이오소위원회, AI소위원회, DT소위원회를 관련 위원회 산하에 운영하게 된다.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환경, 지배구조 등 ESG 문제를 선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바이오, AI, DT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신설되는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과 법무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윤진원 사장이,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에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선임되었으며, ICT위원회 위원장은 박정호 부회장이 맡게 되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신규 선임 103명에 부회장 및 사장 승진 4명을 더해 총 107명의 승진 인사가 발표되었다. 코로나 등 경영환경을 감안하여 예년에 비해 신규 선임 규모는 소폭 감소했으나, 바이오, 소재, 배터리 등 신규 성장사업에는 능력 있는 인재들을 과감하게 발탁했다는 설명이다.

여성 인재의 발탁 기조도 유지됐다. 예년과 같은 7명이 신규 선임될 예정임에 따라 그룹 전체 여성임원 규모 또한 34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SK그룹은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젊고 유능한 여성 임원 후보군을 조기에 발탁해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아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어느때보다 경영 불확실성이 큰 한해였지만, 성장을 위한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면서, “내년 또한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이번 인사가 그간 준비해 온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 추진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SK그룹은 앞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ESG의 세계적인 모범이 되는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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