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동발전 연이은 노동자 사망사고에 비판 증폭 … 유 사장 책임론 강력 대두
내년 2월말 임기만료 … ‘안전’ 문제가 발목, 연임은 물건너간 듯
평소 ‘소통과 배려’ 강조 … 실제는 번번한 책임회피, 안전시설 투자 외면
‘안전’ 예산타령 속에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감소 불구 당기순이익은 증가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언제부터인지 몇몇 발전회사들은 ‘죽음의 외주화 기업’ ‘죽음의 일상화 일터’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듣는다. 국가경제와 국민 삶의 핏줄인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최고의 에너지공기업인 발전회사들이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가?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대기업 풍토와 관행’ 때문이다. 실적우선주의가 최고인 천박한 천민자본주의 풍조 탓이다. 작업 중 숨진 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의 피를 토하는 항변이 설득력 있는 까닭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목숨값이 사망사고 벌금보다 적으니 누가 ‘안전’에 신경을 쓰겠는가?”

국민들 대부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힘든 2020년,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세상살이가 험악해지고 ‘나만 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더욱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일터에서 비정규직 현장 노동자의 삶은 극단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현실속에서 대기업 CEO의 인간에 대한 연민과 배려, 노동자들을 위한 경영철학을 새삼 생각해 보는 의미에서 한국남동발전 사례를 살핀다.

유향열 한국남동발전 사장은 2018년 취임했다. 내년 2월말이 임기만료다. 연임이 가능할까?  대부분 발전회사 사장들이 연임을 위해 뛰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고 몇몇은 유임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유 사장의 경우 힘들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력업계는 유 사장의 연임에 발목을 잡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잇딴 ‘안전사고’ 발생이 문제라는 관측이다.

유 사장은 1958년 충남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서울시립대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헬싱키경제대학원 공기업경영학 MBA 석사 학위를 수여했다. 한국전력에 입사해 충남본부 당진지사장, 해외사업 운영처 처장, 필리핀 법인장, 해외부사장 등을 두루 거친 이른바 ‘전력분야 해외사업 전문가’다.  

유 사장은 당시 취임사에서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처리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겸손한 자세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직장, 이해와 배려 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직장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발전공기업 사장으로서, 대기업 CEO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이다.

그러나 필자가 볼 때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 일터의 비정규직, 협력업체 등 노동자들의 ‘안전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일터라는 게 ‘사람’이 모여 만들어 가는 곳. 이해와 배려, 사랑이 넘치는 직장을 지향하면 뭐하나? 남동발전 현장 곳곳에서 걸핏하면 노동자들이 죽어 가는데... 유 사장의 경영철학 처럼 “CEO가 겸손한 자세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직장” 만들려면 먼저 근로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력업계에 따르면 유 사장은 2018년 취임 이후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유 사장의 남동발전 본사 집무실에는 세계 지도도 거꾸로 걸려있단다. 변화와 소통을 강조하는 유 사장의 경영철학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묻고 싶다. 누구랑 소통하는가? 임기 만료를 3개월여 앞둔 지금, 전력업계의 유 사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그 핵심은 노동자 ‘안전’에 대한 소홀함, 무신경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남동발전에서는 노동자 사망·사상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안전시설 투자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난 11월 28일 영흥화력발전소 관계자는 석탄재를 운송하던 화물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자 빈소를 찾아가 모든 책임은 운송사에 있다며 책임을 회피해 비난을 샀다. 남동발전 노조 관계자에는 “이 사건 발생 불과 3개월 전에도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고 당시 피해 노동자가 위험성을 경고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피해 노동자는 “위험한 일을 화물노동자에게 시키지 말 것과 안전통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지만 남동발전측은 “예산이 많이 드니 내년에 하도록 하겠다”고 회피했단다.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는 “한국남동발전이 하청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의 안전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며 “사고 이후 태도 역시 빨리 장례절차가 끝나기만을 종용하는 ‘인면수심’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영흥화력발전소의 화물노동자 추락사고는 연례행사처럼 자주 발생했다. 그때마다 피해자와 화물연대는 영흥화력 측에 안전통로, 안전난간 설치 등 안전조치 마련을 요청했다. 그러나 예산 타령으로 조치가 늘 미뤄졌다. 사고 때마다 재발방지 약속은 ‘공수표’였다.

지난해 10월 4일에는 한국남동발전 여수발전본부의 석탄저장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현장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올해 1월 4일에는 시설물 배관청소 과정에서 근로자가 추락했고, 2월 20일에도 설치 공사를 하던 근로자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 또 올해 3월 6일에는 석탄 청소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거슬러 올라가 영흥화력발전소에서는 2006년 1월 굴뚝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추락해 숨졌고 2009년에는 발판 설치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2011 9월에는 영흥화력발전소 석탄저장고에서 정비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이, 2013년에는 5호기 공사 현장에 투입된 근로자가 각각 추락사했다. 잇따른 추락사를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예산타령으로 넘겼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 조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법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사고도 마찬가지다. 공공운수노조는 “사고 당시 안전 관리자가 없었다” “영흥화력은 비용 절감을 위해 상차 전담인력, 안전관리인력 등을 줄여왔다”며 “안전장비 조차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 사장은 취임 이후 ‘마른 수건을 짜듯’ 실적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해진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감소 속에서도 당기순이익은 늘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안전문제에 대한 시설투자’는 관심 밖이다. “사람 목숨 보다 실적”이라는 지적이 맞다.

지난달 28일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추락사한 노동자의 조문을 다녀온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원청업체인 남동발전을 향해 책임 있는 자세를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빈소를 찾았던 영흥발전본부장을 언급하며 “안전난간을 설치했지만 고인이 발을 헛디뎌 일어난 사고라고 책임을 하청업체에 돌렸다”며 숨진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한국남동발전에서 발생한 ‘비극적 인재’ 대해 유족과 노동계는 물론 야당 등은 사고 과정 은폐 의혹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원청의 책임회피를 지적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내년 2월 임기만료인 유향열 사장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힘들게 됐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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