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지주 및 은행 배당 제한 검토
"정부가 민간기업 배당축소 강요할 수 없어" 의견도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코로나19 확산 영향에도 국내 금융지주들이 호실적을 이어가면서 배당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와 은행들에게 배당을 줄이도록 압박에 나서면서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일단 쌓아놓고 추후 배당확대를 고려하라는 입장이지만 관련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부 주주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해 배당축소를 강요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 내부적으로 금융지주 및 은행들의 배당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 당분간 배당을 제한하고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에도 신한금융과 KB금융이 3분기 순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금융지주사들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손실흡수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는 올해 3분기에 3조5512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코로나19 경제충격에도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3조2439억원)보다 순이익이 9.4% 늘었다.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이전보다 나은 실적을 거둔 만큼 배당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최근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금융주의 상대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연초 2175였던 코스피 지수는 최근 2700선을 돌파했지만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는 연초 대비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리딩금융으로 꼽히는 신한금융은 연초 4만2600원이었던 주가가 여전히 3만3000원선에서 맴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실적에 높은 배당금을 기대했던 주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민간기업의 배당에 금융당국이 으름장을 놓는 것이 시장경제에 위배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주 연말 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금융감독원에 의한 금융주들의 연말 배당 축소를 반대한다"며 "대한민국은 자유경제 시장으로 사기업에 대한 배당 축소 의무를 정부에서는 강요할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코로나19로 여파로 인한 한시적인 배당축소를 주장하고 있지만, 올해 금융권 모두 양호한 경영실적을 기록했고 주주가치를 훼손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1000명이 넘는 인원이 해당 청원에 동의한 상태로 빠르게 동의 건수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금감원의 '배당 자제령'에 실제로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배당을 축소할지는 미지수다. 

현행 관계법령에 따르면 명시적으로 은행과 금융지주의 배당을 제한하는 경우는 두 가지다. 우선 상법 상 순자산을 자본금, 결산기까지 적립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 결산기까지 적립해야 할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을 더한 합이 초과하면 배당할 수 없다. 또한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에 의거 자본비율이 규제비율(총자본비율 10.5%)을 하회하거나 적기시정조치 대상(경영실태평가결과 자본적정성 또는 자산건전성 부문이 4등급)이 되는 경우 배당이 제한된다.

일단 현 상황은 위 두 가지 제한사유에는 해당되지 않아 금융지주사들이 금감원의 배당 자제 권고를 어긴다고 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실제로 지난 7월 하나금융은 중간 배당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가 있었지만 이를 어기고 고심 끝에 중간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하면서 윤석헌 금감원장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현행법에서 정한 배당 제한사유에 해당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코로나19 위기극복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배당을 제한하는 방안과 경기가 회복된 후 배당금을 다시 지급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금감원은 배당 자제와 관련해 내년 1월까지 금융사들과 협의를 마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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