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에 이어 신한은행, 씨티은행 키코 피해기업 보상 동참
"배상 아닌 보상" 강조
금감원 분쟁조정 기업 아닌 자율조정 기업 대상
다른 은행들 참여 여부 관심

지난달 20일 키코 피해기업으로 구성된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앞에서 신임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에게 키코 배상 문제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면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키코 공동대책위원회) 

[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우리은행에 이어 신한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기업 보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신한은행은 키코 관련 일부 피해기업에 대해 보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씨티은행도 전날 이사회를 열고 키코 피해기업 일부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들 은행들은 이번 결정이 배상이 아닌 보상임을 강조했다. 즉 피해기업들에 불법적으로 피해를 입혀 법률적 책임에 따른 배상이 아닌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 수행 선상에서 보상임 내세운 것이다.

신한은행은 "키코 분쟁과 관련한 법률적 책임은 없으나 금융회사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최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중소기업의 현실 등을 감안해 보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씨티은행도 "법적 책임은 없지만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은행들의 보상대상과 보상금액은 정확히 공개되지는 않았다. 개별업체 별로 피해 상황이 달라 보상시기를 확정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보상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변동하면 수출기업들이 약정된 환율에 외화를 매도할수 있는 환위험 헤지 수단이다. 다만, 환율이 일정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수출기업들은 큰 손실을 입도록 설계됐는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 가입 기업들은 줄도산하게 됐다. 

당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키코 상품의 불공정성과 불완전판매를 지적하며 이를 판매한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키코 계약자체의 불공정성 및 사기성은 없다"고 은행 손을 들어줬다.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던 키고 분쟁은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 등 은행 6곳에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기업의 키코피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하면서 배상 논의가 수면 위로 올랐다. 금감원 분조위는 나머지 147개 피해기업에 대해선 분조위의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조정(합의 권고)을 권고했다.

금감원 분조위 배상권고를 받은 은행 중 우리은행만 권고안을 받아들였고 나머지 은행들은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시점에서 배상하면 배임이 될 수 있다"며 배상안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이후 지난 6월 나머지 147개 피해기업 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자율 보상을 논의하기 위해 '은행협의체'가 꾸려졌다. 은행협의체에는 신한·KB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씨티·SC제일·HSBC·대구은행 등 10곳이 참여했다.

이번 신한은행과 씨티은행의 키코 피해기업 보상 결정은 금감원의 분조위 분쟁조정을 거친 4개 기업이 아닌 은행들이 구성한 은행협의체에서 자율조정 과정을 거친 키코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 은행은 분조위 배상안에 대해선 여전히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키코 피해기업을 대표하는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금감원은 지난해 분조위로부터 배상이 결정된 피해기업 4곳에 대해 (은행들로부터) 배상안 수용을 확약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또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도 은행협의체에 즉시 가입해 국내에 있는 모든 외국은행들과 시중은행들 앞에 모범을 보여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신한은행과 씨티은행의 결정으로 산업은행 등 다른 은행들의 배상 참여 확대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금감원 분조위 배상은 물론 은행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면서 키코 배상에 가장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배임과 상관없이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배상을 한다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하는 것이라 신중한 판단 아래 금감원 결정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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