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주문 “추락하는 롯데마트 살려라”... 만년 3위 탈피 기반 조성도 기대
日불매운동, 오프라인 경쟁력 악화, 코로나19 장기화 등 악재 겹쳐 벼랑끝 위기
롯데마트(6조3310억원), 이마트(11조395억원), 홈플러스(7조3002억원)에 밀려 '꼴찌‘
지난해 250억원 영업적자 기록 ... 업계 1위인 이마트와 10배 이상 격차
이마트 경우, 컨설턴트 출신 강희석 대표를 발탁해 체질 개선에 성공

[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롯데마트를 일으켜 세울 책임을 지고 새로운 대표로 취임한 강성현 대표를 맞이한 소식은 암울하고 답답한 내용이었다.

먼저 롯데마트 ‘안내견’ 사건이다. 한 두 번이 아니다. 직원이 안내견의 출입을 막아선 것과 나중에 잘못을 인정했지만 무성의한 사과문이 여론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무성의하다” 등 지적이 이어지면서 불매 운동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사과문이 상당히 형식적이고 진심이 없다” 등 롯데마트 행태에 대한 비판이 증폭되고 있다. 이미지에 치명적이다.

또 하나는 롯데마트 새벽배송 서비스인 ‘새벽에 ON’을 이용한 소비자가 약속한 시간에 배송이 되지 않아 문의를 했는데 “회사사정에 따라 배송이 안 될 수 있다”는 식의 무책임한 대응을 했다는 게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새벽에 ON’은 롯데마트가 온라인 배송을 강화하고자 롯데 유통 계열사 통합 온라인몰 앱인 ‘롯데온’에서 신설한 새벽배송 서비스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경기 시흥시 거주하는 이 모 씨는 지난 3일 롯데마트몰 새벽 배송 서비스를 통해 육류 및 야채 등 신선식품을 주문했다.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송해준다고 약속 받았지만 오후11시가 되도록 제품은 배송되지 않았다. 심지어 배송상태는 ‘배송완료’로 변경돼 있었다. 롯데마트몰 고객센터 측은 “새벽배송은 회사 사정에 따라 배송이 안 될 수 있고, 기다려도 제품이 안 오면 고객이 직접 업체 측에 문의하고 취소하면 된다”는 일방적인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이 씨는 “불가피하게 배송이 안되면 소비자에게 상황을 미리 알려야하는 것이 도리 아니냐”며 “회사사정에 따라 배송이 안 될 수도 있다니 대기업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온 운영사 롯데쇼핑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408억원 최대 과징금 이끈 공익제보기업, 이대로 甲질에 쓰러져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전북 완주에서 육가공업체 (주)신화를 운영하는 윤형철씨가 올린 글이다. 
롯데마트100여곳에 돼지고기를 납품했던 윤씨는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을 강요하는 등 ‘甲질’에 시달리다 2015년부터 롯데마트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했다. 그는 롯데마트의 부당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맞서 2015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고,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롯데마트에 4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통업법을 적용한 사례 중 사상 최대 과징금이었다. 그러는 동안 윤 씨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사업체는 만신창이가 됐다.

‘롯데그룹의 날개 없는 추락’에 신동빈 회장은 각 계열사 대표 등을 젊은 세대로 대폭 물갈이 하는 ‘인적쇄신’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롯데마트다. 순혈주의 33여년 롯데맨이 자리는 지켰던 기업 수장을 교체했다. 강성현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가 신규 선임됐다. 강 대표는 2018년 롭스 대표에서 전무 승진해서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로 이동했다. 1970년생이다. 한국까르푸와 BCG(보스턴컨설팅그룹)를 거쳐 2009년 롯데에 합류, 미래전략센터 유통팀장을 지낸 그는 자타공인 유통 전문가로 불리운다.

롯데쇼핑의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롯데마트는 지난해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온라인과 경쟁에 따른 국내 매장의 매출 부진이 주원인이었다. 반전시켜야 할 핵심과제다.

신임 강성현 대표는 ‘정통 롯데맨’이 아니라 외부에서 수혈해온 ‘컨설턴트’ 출신이다. 강 대표는 이마트, 홈플러스를 비롯해 대형 온라인 쇼핑업체에 밀려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롯데마트를 되살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강 대표에게는 흐트러진 조직 기강을 바로잡고, 점포 체질 개선을 이뤄내고 온·오프라인 시너지 등을 강화해야 하는 난제가 산적해있다. 그러나 롯데마트는 지난해 중국, 일본 불매운동과 오프라인 점포 경쟁력 악화, 코로나19 장기화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형마트 업계 순위(지난해 매출 기준)는 롯데마트 (6조 3310억원) 이마트(11조395억원 홈플러스 (7조3002억원)에 밀려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도 지난해에는 2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1위인 이마트와는 10배 이상 격차가 났다. 올해 들어서 수익성은 코로나19 여파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2분기 영업손실액은 57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를 2배 이상 웃돌았다. 올 3분기까지 누적으로 보면 3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적자가 10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마트의 경우, 컨설턴트 출신인 강희석 대표를 발탁해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롯데 신 회장이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관측된다. 이마트는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5.2% 증가한 1523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매출도 14.6%증가한 16조3065억원이다.

앞으로 컨설턴트 출신 대표를 내세운 이마트와 롯데마트와의 경쟁 구도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롯데온과 시너지를 강화할 방안도 적극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물류기지로 삼아 배송 영토를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가 지난 1일부터 새벽배송 서비스인 ‘새벽에 온(ON)’ 이용 지역을 서울·부산 전 권역과 경기 남부까지 확대에 나선 것과도 무관치 않다.

그러나 대형마트, 온라인 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승자 지위를 누린다. 롯데마트 전체 점포 수는 지난 3분기 기준 116개에 그친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140개 정도다. 따라잡기는 요원하다. 그럼에도 롯데마트는 점포 구조조정도 한다. 현재까지 9개 점포를 폐점했고 연말까지 12개 매장의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소비자 평판도 바닥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의 지난달 국내 대형마트 3사 관심도·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양부문 모두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뒤를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또 롯데마트는 실적 측면에서도 최악의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 발발하기 전인 지난해에도 영업이익 25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경쟁사인 이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2827억원, 홈플러스는 1602억원을 올린 것과 극명히 대조되는 실적이다.

지금부터 롯데마트 강 대표는 여러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기강확립과 분위기 쇄신,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단연 실적 회복이다. 신동빈 회장과 직원들은 강 대표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그 무엇보다 최고 덕목은 실적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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